연금복권을 둘러싼 오해와 음모론
복권 당첨자들이 거액 당첨금을 받고도 이를 탕진해 비참한 말로를 겪는 일을 막기 위해 새롭게 판매 중인 연금복권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1000원을 내고 1등으로 당첨되면 매달 500만원씩(세후 390만원) 20년간 받을 수 있다는 말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연금 복권은 주간 발행 한도가 63억원으로 정해져 있고, 매주 판매를 시작하면 하루 이틀 만에 매진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복권 마니아들 사이에선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 같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이 복권이 최근 논란의 한가운데에 놓인 이유는, "알고 보면 혜택이 미미한 복권"이란 주장 때문이다. 원인은 계속 오르는 물가 때문인데, 물가가 오른다는 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만일 1년 만에 물가가 두 배로 오른다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1년 전보다 반으로 줄어드니 1만원의 가치가 1년 전의 5000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전제에 따라 물가가 연 3.6%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20년 뒤 500만원의 현재 가치는 딱 절반인 250만원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지금 250만원을 받으나 20년 뒤 500만원을 받으나 구매력은 같은 셈이다.
이런 논리로 20년간 매달 받을 500만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연금복권은 지금 당장 일시금으로 약 8억원을 주는 복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복권 판매 대행사는 출시 초기에 20년간 받을 돈을 단순 합산해 '지급 총액 12억원'이라고 홍보해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에는 '정부가 매주 12억원가량의 1등 당첨금을 적립한 뒤 당첨자에게는 이자만 주고 원금은 정부가 갖는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12억원을 연 5%로 운용하면 매달 500만원 가까운 이자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괴담이 난무하자 기획재정부는 17일 뒤늦게 보도 자료를 내며 "오해" 라고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1등 당첨자를 위해 연 4% 정도 이자를 주는 국채(국가가 발행한 채권) 8억원어치를 매입한 뒤 매달 채권을 조금씩 팔아 당첨자에게 나눠준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지급하면 20년 뒤 재원은 소멸하고 정부가 챙기는 건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따로 돈을 챙기지 않는데도 복권 구입자들이 오해를 하고 음모론까지 제기한 이유는 당초 연금복권이 출시될 때 정부가 자세한 구조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쓸데없는 오해가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시행할 때는 좀 더 치밀하게 준비 할 것을 당부드린다.
2011. 8. 18
KARP 대한은퇴자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