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제공업체인 EPFR글로벌을 인용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한주간 신흥시장 주식펀드에 몰린 자금이 3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주간 기록으로는 1년여 만에 최대치다. 올들어서는 총 113억달러가 유입돼, 480억달러가 빠져나간 작년과 대조를 이뤘다. 채권펀드에서도 한주간 12억달러가 유입되며 작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시에테제너럴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수년간 지루하게 이어지는 유럽 재정위기 피로감에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FTSE지수 중에서 신흥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5% 올랐다. 전체 FTSE지수가 8.4% 오른 것에 비하면 배에 가까운 상승 폭이다. 신흥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신흥국 차입 비용도 작년 8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수년간 긴축과 부채 축소(디레버리지)를 단행해야 하는 선진국에 비해 신흥시장의 경제 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도 원인이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은 "신흥시장의 강세가 과도하기는 하지만 이는 작년 손실을 일부 만회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신흥시장에 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MSCI 신흥지수가 올들어 14%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미를 제외한 선진지수 상승률인 8%보다 훨씬 높은 것이지만, 작년 초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기록보다 13% 가량 낮은 것이다. HSBC 글로벌자산관리의 빌 말도나도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신흥시장은 대단히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부진한 성적을 냈던 에너지, 산업, 소비재 관련 기업을 주목하며 "지금이 5년이나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작년 초에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쏠리며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작년 5월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면서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다. 유럽에서 대형 악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남은데다 미국과 중국 등 경제대국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소시에테제너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건설적인 출발을 하고 있지만 그 규모나 강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며 "신흥시장은 이제 중대한 재평가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지적했다.

2012. 2. 7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