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기준금리 `진퇴양난'

한국은행이 2012년 처음으로 열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로 한 때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으나 새해 들어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더욱 강해져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2분기 이후에도 기준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놓고 전문가들조차 전망이 갈린다.

◇`운신의 폭' 좁아진 한은

한은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져 당분간 `경우의 수'가 거의 없다.

세계경기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형편이다.

세계경기를 가늠하는 변수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고민거리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11년 12월 실업률은 8.5%로 시장예상치(8.7%)보다 개선됐다. 비농업취업자 수도 20만 명 늘어 시장 전망치(15만명)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는 조짐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

관심이 쏠렸던 지난 9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는 재정위기에 대한 구체적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물가가 너무 올라 올해는 진정된다는 기저효과가 기대되지만,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간상승률(4.0%)을 넘는 4.2%를 기록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은이 `금리 카드'외에 지급준비율을 올리거나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당장 물가상승 압력을 고려한 고육책이다.

한은이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결국 올해 1월에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12일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지금 경기가 다소 둔화한다고 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물가를 포기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이후 전망 엇갈려

문제는 한은이 맞닥뜨린 교착상태가 당분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경기와 물가 추세는 당장 1∼2개월 내에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는 4월에야 나온다.

4월을 전후로 소비자물가가 떨어졌다 해도 국제유가와 환율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이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토러스투자증권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유럽문제를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이 최악으로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은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정상화 의지를 밝혀왔지만 2010년 이후 충분히 정상화하지 못해 2분기 이후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악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정부가 1분기 중에 연간 재정지출의 44.1%를 조기 집행할 것으로 보여 올해 첫 금리 인하 시기가 1분기에서 2분기로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HSBC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말미암아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과 고용이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오는 3월께 금리를 내리겠다"고 점쳤다.

2012. 1. 12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