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회사채 사상 최저금리 발행

SK텔레콤은 7년물(1700억원) 연 3.24%, 10년물(1400억원) 연 3.30%, 20년물(900억원) 연 3.45%로 총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28일 밝혔다.

각 만기 모두 민간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중 역대 최저 금리다. 이 중 20년 만기 장기 회사채가 흥행했다. 투자 수요가 몰려 당초 계획 800억원보다 100억원 늘어난 9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 기업인 데다 장기채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수요가 몰린 덕분에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쳤다. 최근 다른 기업들도 장기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 국내 채권시장의 체질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만기 10년 이상 장기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에쓰오일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을 28일 발행했고 한국남부발전도 다음달 5일께 첫 번째 15년물을 선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년물이 대세였다.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면 당연히 3년물이 나오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나마 우량 등급 기업들이 5년물을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달 초 롯데쇼핑이 7년 만기 회사채를 내놓은 이후 경쟁적으로 장기물들이 발행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 발행 주간사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직후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신중한 행보를 보였지만 한 달여 적응기를 끝낸 후부터는 연기금ㆍ보험 등 장기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기업들도 회사채 만기를 늘리고 있다. 다음달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현대로템은 처음으로 5년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은 주로 3년물을 발행했지만 발행사에 우호적인 분위기 덕분에 더 길게 쓸 수 있는 자금을 얻게 됐다.

현대로템은 A등급에 그치고 있어 장기물에 대한 매기가 낮은 등급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국채→회사채 △단기채→장기채로 채권 자금이 이동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시중 금리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고채 3년물은 작년 말 연 3.34%에서 27일 기준 연 2.81%로 0.5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회사채 3년물 AA-등급은 같은 기간 연 4.21%에서 3.34%로 0.87%포인트나 급락했다.

발행사 입장에서 금리 하락은 큰 호재다. 더 싼값에 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불리하다. 당초 계획했던 수익률을 맞추려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리를 옮겨야 한다. 처음에는 국채에서 회사채로 옮겨 탔다.

국채가 더 안전한 투자처지만 금리가 너무 낮아 회사채를 찾았다. 회사채 3년물 금리마저 급락세를 보이자 장기채를 찾기 시작했다. 장기물의 연금리가 단기물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런 장기화 현상을 두고 국내 채권시장이 선진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3년 이하 단기물 위주에서 탈피해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곳으로 채권시장 역할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물은 작은 금리 변동에도 채권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순간 금리가 오름세로 방향을 바꾸면 단기물에 비해 장기물 채권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악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할 장기 투자자라면 별 영향이 없다. 그러나 단기간 보유한 후 매각할 예정이라면 장기채 투자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2012. 8. 28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