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과 예금 자금조달원 금리 변동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3개월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정기예금의 기준금리인 은행채 금리는 꾸준히 하락하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CD 연동 대출 금리보다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CD 금리가 제역할을 못하면서 CD 금리 연동 대출상품의 금리가 시장금리 만큼 내려가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은행은 예대마진이 늘어나 이익이 늘어난 반면 대출자와 예금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 등 5개 은행의 CD 금리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월 9일 이후 7월 19일까지 평균 0.314~0.336%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0.49%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대출금리 보다 0.154~0.176%포인트 더 떨어진 것이다.

3월말 기준 CD 연동 원화대출 잔액은 324조원이어서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CD 금리가 은행채 금리와 비슷하게 0.15%포인트 더 떨어졌다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연간 4860억원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CD 연동 대출상품에서 금리를 더 받기 위해 CD 금리를 고의적으로 높게 유지했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의 CD 금리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4월 9일 연 4.72~6.22%에서 이날 연 4.41~5.91%로 0.31%포인트 내려갔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로 내리자 CD 금리가 연 3.54%에서 18일 연 3.23%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은 CD 금리가 바뀌면 그 다음 날 바로 CD 연동 대출상품의 금리를 조정한다.

그러나 이 기간 하나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4%(1억원 이상 기준)에서 3.4%로 0.6%포인트 내려갔다.

신한은행의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월 9일 연 5.14~6.54%에서 이날 연 4.84~6.34%로 0.2~0.3%포인트 낮아졌지만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5%에서 연 3.4%로 0.55%포인트 떨어졌다.

은행 중에서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폭과 정기예금 금리 인하폭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은 국민은행과 한국외환은행(004940)이었다. 두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각각 0.28%포인트, 0.48%포인트 내려갈 때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0.35%포인트, 0.55%포인트 떨어져 0.07%포인트 차이가 났다. 우리은행은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3%포인트 떨어질 때 정기예금 금리는 0.4%포인트 내려갔다.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산정할 때 보통 금융채 금리를 기준금리로 쓴다. AAA 등급 은행채 금리는 4월 9일 연 3.5%에서 7월 18일 연 2.97%로 0.5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CD 금리는 연 3.54%에서 연 3.23%로 0.31%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정기예금의 자금조달원이 다르기 때문에 금리 변동폭이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은행채로 조달한 자금에서 예금보험료와 적정 이윤 등을 제외하고 산정하기 때문에 CD 연동 대출상품 금리와 다르게 움직이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또 CD 연동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상품을 권해도 고객이 CD 연동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CD 연동 상품의 금리가 코픽스 연동 상품의 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만기가 돌아와도 CD 연동을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12. 7. 19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