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수퍼컴퓨터만 믿다가 망신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1-31 오전 10:01:00
눈 펑펑 쏟아진다더니… 잇단 기상誤報 왜? 장기근무 예보관 적어
통계처리 미숙 애매할땐 ‘심각한 쪽으로’ 과장하기도 지난 겨울 대설예보 11건중 9건 틀려


지난 주말 폭설이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간 데 이어 30일 아침에도 또다시 예보가 어긋나 시
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29일 기상청은 “30일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방에 3~8㎝, 서울·강원 영동
에 1~5㎝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30일 서울 0.3㎝, 문산 0.5㎝ 등 예상 적설량에 크게
못 미치자 기상청엔 오전에 성난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기상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눈이 온
다고 해서 막노동 일을 쉬었는데 쌀값이라도 물어내라’ ‘눈 때문에 위약금까지 물면서 이사를 미뤘는
데 어쩔 거냐’는 등 수십 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왜 기상청 예보는 빗나가는 것일까.

◆수퍼컴퓨터 활용능력 떨어져

온도, 습도, 압력, 풍향·풍속 등 전국에서 수집된 기상정보는 기상청의 전산통신망을 통해 취합된 뒤
기상청의 수퍼컴퓨터에 입력된다. 여기까지는 기계적인 과정이다. 문제는 수퍼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하느
냐다. 최종적인 기상예보를 결정하는 것은 예보관의 몫이지만, 예보관이 판단자료로 삼는 것이 수퍼컴퓨
터가 산출해 낸 소위 수치예보 자료이기 때문이다.

2004년 약 500억원을 투자해 들여온 수퍼컴퓨터 2호기는 구입 당시 연산능력이 세계 16위에 달할 정도
의 최고급 제품이다. 수퍼컴퓨터가 정확한 예보를 내놓기 위해선,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수치예보 모델
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기간 근무경력을 가진 실무자가 필요하다. 미국
과 일본의 경우 수치예보 업무를 담당할 직원들에 대해 일본은 4년, 미국은 2년 정도 일을 시키면서 자
질평가를 한 후 소질이 있는 사람만 선발해 10~20년 또는 평생 연속근무를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지만 1990년 수치예보과가 신설된 이래 이 부서를 거쳐간 기술직 53명 중 4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전체
의 36%인 23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우리나라의 수치모델
수준이 2003~04년 이 모델을 운영하는 11개국 중에서 10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기상청이 수퍼컴퓨터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경대 환
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는 “수퍼컴퓨터 수치모델은 여전히 개발 중이며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강수
량, 강설량은 잘 맞히지 못한다”며 “수치만 볼 게 아니라 오랜 경험으로 통계를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
다”고 말했다.


◆미약한 폭설 예보 투자, 과장된 예보

지난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1차례 내린 대설 예보(신적설 10㎝ 이상) 중 실제 적설량을 맞
힌 경우는 고작 2번에 불과했다. 2005년 12월 4일 전라도 지역의 예상 적설량은 5~10㎝였지만, 실제로
전남 장흥에는 36.5㎝의 눈이 내렸다. 2006년 2월엔 전라도에 5~15㎝의 폭우가 예상돼 대설주의보가 내
려졌지만 전북 임실에는 무려 23.5㎝의 눈이 내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황사나 호우에 비해 폭설에 대한 기상예보 연구개발이 턱없이 부족하
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상현상별로 예보를 위해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호
우엔 122억원, 황사엔 14억5000만원인데 비해 폭설에는 1억1000만원만 지원했을 뿐이다.

기상청이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예보를 너무 과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나 눈이 오지 않는다고
예보했다가 폭설이나 폭우가 쏟아지게 되면 비난이 잇따른다. 하지만 폭설을 예고했다가 적게 오는 경우
는 오히려 지적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이동규 교수는 “예보가 틀리는
데 대한 예보관들의 심리적 부담감은 엄청나다”며 “이 때문에 어느 쪽으로 예보를 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서는 덜 비난받을 수 있는 쪽으로 예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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