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에 어르신들 모인다…하루 2000명 육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1-24 오전 10:10:00
22일 오전 9시. 조학주씨(79)는 서울 왕십리역에서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에 올랐다. 도심을 벗어나자
전동차 밖으로 꽁꽁 언 겨울 들판이 휙휙 지나간다.

소요산역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조씨는 1000원짜리 김밥 한줄을 달랑 들고 소요산으로 발길을 옮
겼다.

지난해 12월15일 경원선 개통 이후 소요산 나들이가 조씨의 새로운 소일거리가 됐다.

충북 충주에서 농사를 짓다 농한기엔 서울 아들집에 머무르는 조씨는 “지하철 타고 ‘마실’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요산을 찾는 노년층의 발길이 늘고 있다. 경원선 개통 이후 생긴 변
화다. 무임승차권으로 소요산역을 찾는 노인들은 하루 평균 1900명 정도. 전체 방문객 5000여명 중 약
40%가 노인들이다.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 약 7400만명 중 무임승차권을 이용하는 노인이 약 800만명으로 10%를 차
지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종로3가, 청량리역 등도 전체 이용객
5만명 중 노인층 이용 비율은 30%가 채 안되는 1만3000~1만4000명 수준이다.

소요산이 노인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자연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
요산역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전곡리 선사유적지, 등산 뒤 즐기기 좋은 유황온천과 계곡 등 여행지도
제법 된다.

소요산역 앞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최훈섭씨(66)는 “열에 여섯은 노인들”이라며 “보통 때 같으면 겨울
이라 비수기인데 역개통 이후 비수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소요산 인근 식당은 노인들로 북새통이다. 역사 앞 분식집은 매출이 3배로 뛰었다. 분식집 사장 김모씨
(48)는 “인천이나 수원, 심지어 천안에서도 노인들이 찾아온다”며 “아침 일찍 나와서 정오쯤이면 떡
만두국 한그릇을 먹고 내려가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대부분 ‘알뜰 족’들이다. 잔디나 벤치에 앉아 싸온 걸 먹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500원짜리 오뎅국물, 1000원짜리 김밥만 시켜놓고 끼니를 떼우기도 한다. 인근에 고급식당이
늘지 않는 이유다.

소요산 기슭에서 파전과 동동주를 파는 최천내씨(70·여)는 “아예 아무 것도 안 시키고 싸온 것만 먹
는 노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보통 혼자, 또는 몇몇이서 산책삼아 왔다가 조용히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소요산은 노인들에겐 새로운 활력소이자 도전거리가 되기도 한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온 권태만씨
(83)도 그렇다. “지하철 닿는 데까지 돌아다니며 노후를 즐기고 있어. 오늘은 공주봉까지 올라갈 거
야.”

〈김다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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