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단대표(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의 지갑을 채워 내수를 활성화하 는 게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라며 “이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뿐”이라고 말 했다. 권 의원단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 는 “반(反)한나라당 전선이라고 해서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올 대선에 서 범여권 및 시민사회의 개혁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자신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진 보주의자”로 표현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문제가 현안이다. 노동조합의 대응이 지나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 드린다. 현대자동차도 민주노총 산하 의 노조이고, 민주노총의 생명은 민주성, 도덕성, 투명성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 가 폭력적 노조로 비친 데 대해 사과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과급이 약속한 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을 푸는 방식은 현명하고 냉정했어야 한다. 더불어 이번 현대자동차의 경영진과 노동조합 사이에 이 면합의가 있었고,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이 현실 정치에서 활동하는 데 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민주노총 핵심 간부의 수뢰사건, 대의원 대회 폭력사건 등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국민들이 민주노총 에 등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을 버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 은 한국사회의 개혁에 공헌을 했다. 나는 민주노총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정능력을 가진 조직이라고 믿는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제대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질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에 후보가 된다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다시 또 나서려는 이유는.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수확을 할 수가 없다. 지난 두 번의 대선출마는 봄에 씨앗을 뿌리 는 것이었다. 씨앗이 불모지에서 싹이 터서 자라나고 있다. 한 걸음에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면 그것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왜 ‘권영길’이어야 하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되는 게 통합의 리더십이다. 사회가 갈가리 찢어져 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진보주의자’가 통합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책과 비전을 국민께 신뢰과 안정감 있게 전달 하고 호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동료들에게 양보하는 게 어떤가. 권대표는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지역구(경남 창원) 의원인데 2008 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대중성이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대로 대선에 1년 가까이 투자하지 말고 지역에서 노력하는 게 지역구 당선을 위해 유리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서민의 비어 있는 지갑을 채워줄 정당은 민주노동당뿐이다. 우리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우리보 다 국민소득이 훨씬 뒤떨어진 나라도 비교가 안되는 수준으로 많은 복지비를 지출하고 있다. 돈의 문제 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국민들은 그런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지 않나. 사회보장이 뭔지를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게 허 황된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파이를 키울 때가 아니다. 키워놓은 파이를 강탈 당했고 그 파 이를 찾아오는 게 중요하다.”
-최근 여론을 보면 국민들은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에는 항상 이중성이 있다.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다음에도 진보성향의 후보가 대통 령이 되어야 한다는 비율이 조금 더 높다. 현재로선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위가 돼 있지만 그것이 유권자들이 진보 성향의 후보를 배척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올 대선이 민주노동당에 갖는 의미는.
“이번 대선은 진보 대 보수의 구도로 치러져야 한다. 그것이 한국 사회발전의 핵심이다. 지난번 대선 도 같은 구조였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노무현 정권은 좌파정권은커녕 개혁정권도 아니 다. 이번에는 정말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후보가 대결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모임을 결성하고 범여권의 정계개편도 활발해지고 있다. 진보적 정치세력이나 정당이 만 들어지면 연대할 수 있나.
“정강·정책이 민주노동당과 일치하지 않는데도 새로운 개혁정당이라고 해서 연합하고 단일 후보전술 을 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그리고 2004년 총선에서 이 부분은 분명 히 정리됐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이라고 해서 후보가 단일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당대 당 연합은 있을 수 없다.”
-최근 4% 수준까지 당 지지율이 떨어졌다.
“초대 당 대표이자 현역 의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노동자, 농민, 서민의 정당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저소득층은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민주노동당을 쉽게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민주노총의 간부수뢰 사건, 채용비 리 사건, 대의원 대회 폭력사건 등이 있을 때마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민주노총 =귀족 노동자’라는 등식을 깨트려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민주노총에 대해 따가운 질책을 못한 점은 인 정한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민주노동당의 대중적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일반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간첩당’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그것을 어떻게 씻느냐가 문제다. 하지 만 어떻게 보면 민주노동당도 피해자인데 간첩당이란 인식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 후 의원 개인의 활동은 잘 했을지 몰라도 당의 활동은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이룬 공로는 크다고 자평한다. 의원전용 엘리베이터 폐지 등 특권 폐지를 비롯 해 국정감사에서 정책감사의 모형을 창출하는 등 정책활동까지 큰 공을 세웠다. 그럼에도 이런 활동이 개별화된 문제가 있다. 의원 개인은 모두 ‘스타’이지만 민주노동당의 통합된 그림을 만들어 내는 데 는 부족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2002년 대선에서 부유세 공약으로 사회적 쟁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공약은 어 떤 게 있나.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관계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매년 최대 수출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것은 내수가 진작되지 않아서다. 누가 내수를 진작시킬 주체인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다. 1500만명의 노동 자 중 850만명이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지갑이 비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의 핵심으로 부자 들이 지갑을 열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을 모르는 하는 이야기다. 경제를 살리려면 서민의 지갑을 채 워줘야 하고 그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가능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은.
“한·미 FTA는 경제적 측면으로만 볼 수 없다. 그 협상은 우리에게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지를 요구 하고 있다. 미국식 사회를 받아들일지 아닐지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미국식 사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본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는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내놓은 ‘사회연대전략’은 대선 공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미래급여를 일부 희생해서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금 보 험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노동자들의 양보를 바탕으로 정부와 재계의 동참도 요구할 것이다. 이 를 위해 노동조합에 제의하고 설명회도 했다. 내용이 어렵고 노동자들의 양보라는 데 대한 반감도 적지 않지만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 부동산 정책은 치솟는 아파트 값을 잡는 게 전부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그건 반쪽에 불과하다. 양질의 아파트를 무주택 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가능하다. 서민에 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보장된 주거기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유럽에서 일반화되 어 있는 독일식 주거보조비 지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만이 대선 후보 투표권을 갖고 있다. 다른 정당들처럼 여론조사 도입 등 당 밖의 목 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어떤가.
“경선 시기와 후보 선출방식은 2월25일 당 대회에서 결정될 것이다. 후보 선출 방법은 우리 당의 사정 으로 보면 당원들의 직선을 넘어서는 대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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