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大入 내신 50%로 높아져 중압감 학원엔 ‘高2 자퇴반’ 생겨… 공교육 흔들
내신 비중이 강화된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내신성적 불이익을 우려한 고교 2학년(예비 고3) 학 생들 사이에 자퇴(自退) 바람이 부는 등 공교육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학원가에는 ‘고2 자 퇴반’이 생긴 데 이어, 인터넷에는 내신 스트레스와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글들이 급속히 확산되 고 있다.
서울 A여고 2학년 김모(18)양은 “며칠 전 기말고사가 끝난 후 자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서 “수능 모의고사는 좀 나오는데 내신은 4~5등급에서 더 오르질 않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는 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지방의 S고교는 작년 6명에서 올해 15명이나 자퇴했고, 서울 H고교도 작년 2명이었 던 자퇴생이 5명으로 늘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자퇴문의 전화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매 년 4·8월 두 번 시험을 치르는 검정고시를 보려면 시험 공고일 6개월 전에 학생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 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자퇴하면 8월에 검정고시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달라 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 H고에서 자퇴했다는 김모(18)군은 “서울대에 지원하려는데 내신 챙긴다고 이 과목 저 과 목 다 공부해 가면서 수능까지 함께 하려다 보니 너무 힘들다”면서 “차라리 수능 볼 과목만 바짝 공부 해 수능과 내신을 한꺼번에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많이 몰리는 입시사이트에도 자퇴생 및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하소연이 쇄도하고 있다. 11만명의 회원을 가진 네이버 수능사이트는 ‘자퇴생 코너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못 이겨 운영자가 지난 11월 말 ‘자퇴생의 이야기방’을 만들었다. 개설된 지 한 달도 안된 이 코너에는 벌써 300건에 가 까운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선 학교와 학원가에서는 이와 관련, 올 초 2008학년도 새 대입안이 발표됐을 때 학교 현장에서 거론됐 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대학입 시를 준비하기 위해 내신·수능·논술 3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새 입시안을 가리키는 말로,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된 고2 학생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자퇴는 오히려 대입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며 만류하고 있다. 정완용 경 희대 입학처장은 “대학 중 자퇴생의 수시모집 지원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고 정시모집에서도 출결상황이 나 봉사활동 점수에서 뒤질 수 있어 반드시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