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마카오로 가는 뱃길은 페리호(號)로 2시간. 짙은 바다안개 속에서 시야가 열릴 때쯤이면 뉴욕 맨해튼에 온 듯 초고층 빌딩이 여행객을 맞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사방 천지마다 타워 크레인이 즐비 하다. 모두 초고층 건물을 짓느라 동원된 것들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내다본 마카오 도심은 거대한 공사현장이었다. 40~50층은 족히 됨직한 고 층호텔과 카지노 건설이 한창이다. 뿌연 안개와 공사현장에서 내뿜는 먼지들….
마카오의 낮이 이처럼 어수선하다면, 밤의 마카오는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불야성이다. 어두운 조명 아 래 무수히 반짝이는 화려한 보석의 향연, 그 자체다. 도시는 휘황찬란한 카지노에 들고나는 인파로 들썩 거린다. 이 도시의 밤을 위해 낮 동안의 공사에 여념이 없는 게 아닐까.
마카오는 내년이면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카지노 도시로 일어선다. 불과 1년 전에 왔던 사람들조차 “그 새 10년은 지난 듯하다. 순식간에 휙휙 달라지고 업그레이드된다”고 감탄하는 도시가 됐다.
지난 1999년 포르투갈의 400년 통치가 끝난 이후 동양의 ‘흑진주’ 마카오는 이렇게 급변하고 있다.
▶거대한 문화박물관, 마카오시티=마카오에선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다. 1553년 포르투갈인이 마카오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 마카오의 운명은 이미 그렇게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에 스며든 향내음은 불교 사찰의 경건함을,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빨간 벽돌의 천주성당 은 서양문화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한 장의 도화지 위에 흑ㆍ백이 함께 섞여있는 느낌이다.
마카오 여행의 첫 걸음으로 통하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 세나도 광장. 도시 중앙에 위치한 이곳의 한 가운데 서면 동ㆍ서 간 조화를 확연히 체험할 수 있다. 포르투갈식 벽돌로 지어진 거리 한 귀퉁이엔 맥 도널드 가게와 마카오에서 유일한 스타벅스 커피점이 있다.
조금 더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육포 냄새가 진동하는 재래시장이 나타난다. 노상에 펼쳐진 낯선 남방 과일들이 이채롭다. 세나도 광장을 뒤로 하고 언덕을 오르면 성바울성당을 만난다. 17세기 유럽식 석조 건축물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마치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런 저런 구경을 하며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왠지 모를 활기에 젖어든다. 수천명을 일거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카지노장, 주강 기슭에 건설 중인 엄청난 규모의 테마파크 등 도시 전체가 한 마리 용이라 고 할까. 중국의 품으로 돌아온 마카오가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꾼다=낮의 마카오도 좋지만 마카오는 역시 밤이 돼야 진맛이 난다. ‘동양 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엔 지난해 5월 문을 연 샌즈 마카오를 비롯한 10여개 카지노가 밤마다 불을 밝 힌다. 인구 45만명 중 5만명이 카지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태풍경보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24시간 영업한다. 올해 매출액(6조8000억원) 기준으로 미국 라스베이 거스(6조6000억원)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마카오는 종합엔터테 인먼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카지노 재벌인 셀던 아델슨이 2004년 샌즈 리조트를 연 데 이어 지 난 9월 초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인 스티븐 윈이 윈리조트를 열었다.
카지노에 쇼,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또 내년 7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베네치 안 마카오가 6만여개의 객실을 갖춘 초대형 카지노 벨트를 개장한다. 라스베이거스 자본들이 중국 정부 의 시장 개방(2001년)에 따라 밀물처럼 밀려들어온 흔적이다. 내년 하반기쯤 마카오는 누가 뭐라 해도 세계 최고의 도박도시가 될 것이다.
마카오=이준혁 기자(hye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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