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응급처치, 민·형사상 면책...피해자에 가혹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6 오전 11:01:00
최민구(가명·35)씨는 집 앞을 나서다 골목 계단에 쓰러져 있는 50대 후반의 남자를 발견하고 즉시 119
에 신고했다. 하지만 남자의 호흡이 멈춘 걸 확인한 최씨는 심폐소생술을 위해 계단에서 평지로 옮기던
중 그만 남자의 몸무게를 가누지 못해 놓쳐 버렸다.

남자는 곧 도착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박씨가 옮기던 과정에서 척추가
손상돼 평생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게 됐다. 결국 이 남자의 가족들은 최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
다.

최씨의 경우처럼 선의로 응급처치를 하다 법적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
다.

열린우리당 김덕규 의원(산자위)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을 국회에 상정했다고 6일 밝혔다.

개정안은 응급환자에게 119 등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제공되기 전이라도 응급환자의 주변사람이 응급처치
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반인의 응급처치로 인해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책되도
록 법률적인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입법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민사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
에서는 너무 가혹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잘못된 응급처치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는 경우 피해자가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게 이유다.

결국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국회에서 이같은 문제들이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슨 내용 담았나=개정안은 선의의 응급처치에 대한 면책규정을 둔 것이 특징이다. 생명이 위급한 응
급환자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해 발생한 손해에 대 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응급의료종
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했다.

이는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에서 돕지 않아서 상대자가 피해를 봤을 경우 처벌을 하는 ‘선한 사마리
안 법(Good Samritan Law)’의 정신을 반영한 것.

실제 프랑스 형법 제63조에는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구조해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
하고 자의로 구조하지 않는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360 프랑 이상 1만50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다만 개정안은 '선한 사마리안법'과 달리 처벌에 초점을 두지 않고 선한 행위를 장려하기 위해 면책규정
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정안은 또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자신의 면허 및 자격의 범위 안에서 실시한 응
급의료행위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해주고 있다.

김 의원측은 “예를 들어 지금은 응급의료종사자라하더라도 업무 외 시간에 응급환자를 발견하더라도 추
후 책임보장 등의 문제 때문에 응급치료를 망설이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개정안은 일반인의 응급처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로 하여금 응급처지
요령 등의 교육·홍보를 추진할 것을 의무화했다.


◇“피해자에 너무 가혹”=과연 일반인의 응급처치로 인해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하는 것이
타당한가 여부가 논란꺼리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개정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형사상 면책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Law C&C 법률사무소의 조용국 변호사는 “형법22조 ‘긴급피
난’을 적용, 일반인의 응급처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형사상 책임은 묻지 않는다”며 “이는
굳이 개정안에 담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사상 면책을 인정할 것인가다.

법무법인 한강의 홍영균 변호사는 “개정안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해도 개인과 개인간의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까지 법에서 전면 금지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럴 경우 피해자가 구제받을 길이 없어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는 “물론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에 이상이 생길 수
도 있고,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아
서 사망에 이르는 것보다는 그 피해가 적다”고 반박했다.

조 대표는 특히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일반인의 선의의 응급구호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핵심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일반인의 응급처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홍보가 얼마나 원활히 이뤄질 것인가에 대
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김덕규 의원측은 “예비군 훈련, 민방위 훈련, 학생교육, 지자체 각종 행사 등을 적극 활용
해 기존의 이론 위주의 응급처지 교육을 실습 위주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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