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여론의 중심인 '댓글'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
는 10대 청소년에서부터 중장년층까지 댓글족 연령대가 크게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댓글은 우리시대 남녀노소의 보편적인 의사전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50대도 '댓글' 단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 2월 한달간 미디어 다음에 뉴스 댓글을 올린 112만명을 분석한 결과, 19~30
세가 36.9%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이어 10대로 볼 수 있는 18세 이하가 28.2%, 31~40세가 22.1%였다. 40
세 이상도 12.8%으로 적지 않았다.
네이버가 지난 1월 한달간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작성한 3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19~30세가 38.1%, 18세 이하가 29.8%, 31~40세가 18.8%, 40~50세가 10.4% 순. 특히, 이 조사에서는 51
세 이상도 2.8%를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는 '초딩(초등학생)'이 네티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진단과 달리 댓글이 우
리시대 젊은세대에서 중장년층에까지 보편적인 사회문화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음의 관계자는 "댓글을 올리는 누리꾼들이 다양한 연령에 고루 분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댓
글'문화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장년들까지도 의사표현의 장(場)으로서 인터넷 댓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자와 여성의 댓글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이버 조사에서는 남성이 70.0%, 여성이 30.0%였으
나 다음에서는 55.2% 대 44.8%로 거의 반반씩이었다.
◆'댓글'의 진화는 계속된다
댓글은 단순히 '특정 기사나 이슈에 대해 나의 의견을 밝힌다'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인터넷 문화코드
로 자리잡고 있다.
'댓글놀이'가 대표적이다. 몇 년 전 '등수 놀이(처음 올라온 기사에 가장 먼저 들어가 '1등이다' 댓글
을 다는 놀이)'에서 출발한 댓글 놀이는 '짝퉁 등수놀이(1찍 왔군, 2런 늦었네', 1빠), 드라군 놀이(누
군가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라고 운을 떼면 다른 네티즌들이 '드', '라', '군'을 댓글로 단
다), 1자놀이(한자씩만 답하는 놀이), '의 사랑 놀이(처음에 글 제목에 '윤도현 의사랑 했나봐" 띄어쓰
기를 잘못한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이 'XXX 의사랑 해도 될까요?', 'X 의사랑 했잖아', 'XXXXX 의사랑 하
길 잘했어요' 등 가수의 '사랑'으로 시작되는 노래제목을 올리는 놀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같은 누리꾼들의 댓글 놀이는 별다른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장난'으로 무시할 수 있지만, 기
존 '틀'에 박힌 제도권 뉴스나 이슈들을 가볍게 틀어버리면서 반전을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가령, 누리꾼들은 철지난 뉴스가 '어제 람보 2 영화 봤는데 재밌었어요?' 등 과거 얘기로 답하는 '올
드보이 놀이'를 한다. 지난해 모 언론사의 리빙 기사도 어찌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기사로 졸지에 수천여
건의 모방 댓글이 쌓이면서 누리꾼들이 댓글놀이를 즐기는 '성지(댓글이 많이달린 글)' 코스가 돼 버렸
다.
댓글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시리아전을 비롯한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나, 야구 월드베이스볼클
래식(WBC) 인터넷 생중계 당시에 '댓글'은 우리만의 색다른 응원문화를 만들어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
를 보면서 수십만명이 '댓글'을 통해 집단 응원전을 펼친 것. 댓글의 색다른 변신이다.
지난 23일 국내 5개 포털사이트들이 공동주관한 '대통령,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는 댓글이 지닌 역동
적인 정치적 힘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수만명의 누리꾼들이 생중계를 보며 댓글을 매개체로 자신의 의
견을 실시간 전달하면서 토론에 참가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직접 민주주의가 인터넷을 통해 새롭게 대
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댓글은 이미 우리 사회의 깊숙한 생활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댓글 문답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지식검색 서비스와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평이 대표적이다. 독자들의 댓글을 토대로 꾸
민 댓글 문학도 실험적으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댓글, 어둠을 살라라

그러나 다른 이면에서 '댓글'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공공의 적'이다. 얼마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을 잃은 임수경씨에 대한 일부 몰지각한 댓글은 악플로 인한 폐혜가 이미 극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비대면(非對面)' 을 무기로 온갖 사이버 테러가 지속되
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직접 나서 '악플러'에 대해 강한 법적 규제 의지를 표명한데 이어 인터넷 사업자들도
일제히 사이버 정화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댓글은 우리사회에 빛과 어둠이 공존해있다.
전문가들은 댓글에 대한 강제적인 규제보다도 올바른 댓글문화를 유도해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문화코
드로 발전시켜야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는 "댓글은 이미 누리꾼들의 가장 유력한 의사표현과 여론 표출수단으로 자
리잡았고, 댓글을 매개로 한 새로운 문화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이를 올바로 가꿔나가기
위해선 정부의 강제적 규제책보다 양질의 댓글문화로 악성 댓글을 퇴출시키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이고 의
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연광기자 sa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