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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인수발보험이 성공하려면
노령화 현상으로 우리는 지금 만성병의 대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87%가 한 가지 이상 의 만성병을 앓고 있으며, 치매와 중풍 등 수발이 필요한 노인이 약 70만 명에 이른다. 선진국에서는 이 런 문제를 장기요양 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해결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도 현재의 경제수준에서 이 제 도를 도입할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대상으로 전국의 6개 도시에서 제1차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제도의 명칭을 노인요양보장 제도에서 노인수발보험 제도로 바 꿨다. 즉 비용이 많이 드는 요양(의료) 대신 수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국가가 보장하기보다는 전 국민 이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을 담은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되었다. 2008년 7월 본격 시행키로 돼 있다.
수발보험은 가족이 전적으로 맡고 있는 치매나 중풍 환자의 부양 책임을 사회가 나눠갖는 제도다. 병원 비는 건강보험이, 중풍 환자 목욕.대소변 처리 등의 뒤치다꺼리는 수발보험이 맡게 된다. 제2의 건강보 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처음 시행하는 것이어서 수발보험의 미래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많을 것이다. 국민 이 건강보험료와 별도로 이의 10%에 해당하는 수발보험료를 부담케 되면 수발 서비스의 질과 양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원 가면 치료비의 일부를 환자가 내듯 수발 비용의 20% 를 치매 노인 등이 부담해야 한다. 이 비율이 선진국의 10%보다 높기 때문에 그 불만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또 부모가 없거나 다른 이유로 당장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젊은이의 수발보험료 저항은 조직화할 가 능성이 크다. 이러한 장애가 통제 가능한 범위 이내로 줄어들 때까지 정부는 1, 2, 3차의 시범사업을 계 속해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제도의 발전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보험 적용 대상자 판정등급 기준을 너무 까다 롭게 설계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입법 추진 중인 안대로 하면 간신히 문지방만 넘을 수 있 는 노인은 자립생활자로 분류돼 보험 적용을 못 받게 된다. 2008년 7월에는 온종일 드러누워 지내는 최 중증 환자 8만5000명만 서비스를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정기준은 이 제도가 노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원래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2010년에 대상자를 확대한다 해도 16만6000명(대상자의 약 20%)의 중증 노인만 혜택을 보게 된다. 전 국 민이 보험료를 내는데도 절대 다수인 80% 노인들이 수발 서비스를 못 받게 되는데 이들의 반발은 어떻 게 할 것인가. 차라리 수발 보험료를 좀 더 부담하자고 국민을 설득해 많은 노인 혜택을 보는 길을 모색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수발보험이 중풍과 치매 환자의 수발 서비스만 맡고, 이들 환자의 의료비는 건강보험이 담당 토록 나누면 요양시설에 있던 환자가 병원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자식도 거들떠보지 않는 노 인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대판 고려장'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치료비도 수발보험이 담당하면 요 양시설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하면 치료비가 싸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끝으로 노화는 질병이 아니라 적응력의 감퇴이기 때문에 수발보험이 노인을 수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 라 그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건강이 증진될 수 있도록 급여체계를 개선해야한다. 이를 위해 지 방자치단체의 노인 질병 예방 서비스를 적극 활용, 지역밀착형 노인 수발 보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러한 보완이 이뤄져야 일부에서 우려하는 노인수발보험의 시기상조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정책학
2006.02.14 21:16 입력 / 2006.02.14 21: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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