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2006-02-07 07:32]

다가구주택 임대 사업 '유명무실'…구의원이 방 5개짜리 임대주택서 50% 싼 가격에 살기도서울시는 지난 2002년부터 저소득층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임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 때문에 저소득층보다는 주로 중산층 가정이 입주해 사는 등 본래 목
적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서교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저소득층을 위해 서울시가 매입한 임대주택이지만 이곳 임대주택에는 저소득층이 살지 않는다.
저소득층이 살기에는 시세의 60~80%에 달하는 임대료가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건물 2층
은 50여평이나 돼 도저히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고 볼 수 없다.
이곳에 입주한 이모씨(34)는 "임대료도 있고 관리비도 있는데 저소득층은 여기서 못산다. 나도 새로 들
어온게 아니라 매입 전부터 여기서 살았다"고 말했다.
또, 임대주택으로 매입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살던 반지하층은 현재 폐가로 방치돼 있다.
특히 인근의 또 다른 임대주택에는 해당구의 구의원이 버젓이 방이 5개나 되는 대형세대에서 시세보다
50%가량 싼 가격에 살고있다.
그밖에 다가구 임대주택이 위치한 강서구 화곡동과 신월동, 그리고 영등포구 신길동 등에서도 역시 대형
평수 또는 방치된 세대가 어김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정책의 수혜자는 저소득층이 아니었다.
이처럼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사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저소득층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도 않고 홍보용 정책을 쏟아낸 서울시의 탁상행정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사업을 결정하고 모두 820억원을 들여 175개동 1251호의 다세
대주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같은 대형 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제 저소득층 가구의 경제력이나 생활형태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우선 서울시는 저소득층에게 그룹홈을 유도한다며 중대형 평수의 다세대주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그룹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복지사와 전담 공무원 등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그룹홈은 정신지체아, 장애인등을 위한 것이지 일반인들은 그룹
홈에 들어가려하지 않는다. 열 중에 다섯은 임대아파트나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며 "취지에 맞
지 않다고 생각든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중대형 평수가 많다보니 당연히 임대료가 높아져 저소득층은 입주할 엄두도 못내게 됐다.
그 결과 원래 입주자격이 없던 중산층이 주로 입주하게 되고 중산층이 꺼려하는 지하층이나 1층은 방치
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같은 파행운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주택이 꼭 저소득층만 살라고 있는거냐"며 "좁은 평수에는 저소득층이 살고 넓은
평수에는 중산층이 살고 그런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다세대매입임대주택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이 또
한 여의치 않아 현재까지 매각된 주택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매각 계획을 아직도 입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어 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등 다가구임대
주택 사업의 파행운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CBS사회부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