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나마나한 자격증 넘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2-02 오후 4:52:00
정모(28.여)씨는 지난해 9월 간병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한 민간단체를 찾았다.
"고령화 사회에 취업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해당 단체 관계자의 말을 믿고 교재비와 수강료로 40여만원
을 냈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씨가 딴 자격증은 해당 단체가 임의로 만
든 것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문의하자 "간병인은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답을 들었다. 정씨는 "돈
만 날린 것 아닙니까. 이런 유령 자격증을 왜 놔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자격증이 넘쳐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을 따고 있지만 실제로 취업 등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돈벌이 수단화=민간자격증은 지난해 말 현재 805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
능원)은 "최대한 밝혀낸 것일 뿐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안 된다"며 "민간자격증 보유자는 국가자격증
(582종 871만여 명)을 가진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자격증이 넘쳐나는 것은 자격기본법에 따라 누구든지 민간자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
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노동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규제를 푼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직능원 자격
연구본부 박종성 박사는 "민간자격증의 상당수가 자격증 발급 단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고 자격증
을 취득해도 쓸모 없는 것이 많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소비자보호원에는 매년 자격증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2000여 건씩 접수되고 있다.

◆ 관리 사각지대=직능원이 최근 민간 자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로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있거나, 혹
은 자격증 유지를 위해서 갖춰야 할 소양 등 직무분석을 한 후 만들어진 자격증은 50%뿐이었다.

관리 상태도 매우 부실하다. 민간 자격 관리자(단체)가 자격등록대장에 등록번호를 매긴 곳은 25.7%에
불과했고, 자격명칭조차 기재하지 않은 곳이 65.5%에 달했다. 자격유효기간을 표기한 곳은 11.3%에 불과
했다. 심지어 다이어트관리사.신용분석사.인터넷보안전문가 등 70여 개 종목은 10여 개 단체가 중복해
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 "따봤자 무용지물"=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던 이모(30)씨는 졸업 뒤 취직이 안 되자 벤처업체로 눈
을 돌렸다. 1년여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정보설계사, 멀티미디어 전문가, 인터넷보안전문가, 정보검색
사 등 4개의 자격증을 땄다. 자신감이 붙은 김씨는 인터넷뱅킹관리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회사
측은 민간자격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박미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제정책팀 과장은 "대다수 기업은 채용 때 민간자격증을 보유했다고 우
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6월 중소기업 1500개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 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7.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기능사.기술사 등 국가공인자격증이
었다. 이런 사정을 민간자격증을 운영하는 단체 스스로도 인정한다. 직능원 실태조사에서 조사대상 단
체 중 56.8%가 민간자격증의 사회적 활용도가 낮다고 응답했고, 15.2%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김기찬 기자, 김종원.유지윤 인턴기자 wolsu@joongang.co.kr

대책은 무엇인가

"현장경력 필수" 미국처럼 관리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민간자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 실태를 파
악하고, 신설.관리.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능원 조사에서 운영단체
의 56%가 민간자격 기관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민간자격을 취득하려면 관련 분야의 현장경력이 필수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격에 대한
재검정을 요구한다. 민간자격을 검정하고 평가하는 기관은 비영리법인인 자격인정위원회(NCCA)다. NCCA
는 인정기준을 개발하고, 이에 준해 평가하고 인정한다. NCCA의 인정기준은 ▶불합격한 응시자에게는 부
족한 내용을 제공토록 하며▶검정 방법과 범위에 변화가 있을 때는 반드시 NCCA에 통보토록 하는 등 매
우 까다롭다. 이렇게 민간자격을 관리하기 때문에 물류 및 구매관리자(CPM).선물거래중개사(NAPM) 등 미
국 내 민간자격증은 국제자격증으로 통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시장에서 저절로 퇴출되도록 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그러나 일본은 민간자
격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그 분야 협회 등으로부터 자격검정을 받는다. 이를 통해 공신력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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