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韓 외국대사 부인들의 식탁외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1-21 오후 2:58:00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이태원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저. 해가 저물자 이곳에 는 외교사절 70여 명으
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않는 유대인의 연말 명절인 하누카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다.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하누카 음식인 팬케이크류 라크스(Latkes)와 ' 서프가니욧(sufganiyot)' 도
넛. 여기에 가장 중요한 의식인 '하누키야'라고 불 리는 촛불 점화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를 안방에서 진두지휘한 사람은 미할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부인(44) . 그녀는 한 달에 많게
는 10번 이상인 관저 디너파티를 총지휘하는 사령관이다 . 이날 모임에는 유대인 출신 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물론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국가로 분류되는 이집트와 모로코 등 이슬람권 대
사들도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첨예한 정치적 갈등도 맛있는 식탁 앞에서는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외교는 밥상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불편한 관계라도 일단 식탁 앞에 함께 앉을 수 있다면 외교의 절반은 성공이다.

식탁 앞에선 모두가 어린애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누구나 맛있는 음식 앞에선 긴장이 풀어지기 마련이
다.

사실 요리만큼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는 것은 없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 으며 서로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관들은 누구보다 '식탁 외교'를 중시한다.

상대방을 자기 나라의 독특한 음식 맛에 취하게 하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두말 할 나위없이 식탁 외교 장소로는 식당보다 집이 훨씬 좋다.

공식행사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보다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사관저가 ' 최고의 외교센터'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이 '외교센터'의 주인공은 대사 부인들이다.

이들 대사 부인은 대사관저 식탁 을 책임지며 외교의 첨병임과 동시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사들이 '지식' 을 기반으로 외교활동을 한다면 대사 부인들은 각국 문화가 담긴 정성스런 요 리로 외
교활동을 펼친다.

주한대사 부인들도 '요리외교'에 매우 적극적이다.

하루 걸러 디너파티도 마다 하지 않는다.

귀빈들을 초청하는 파티를 자주 하다보면 음식 전문가가 된다.

그래서 몇 년 전 주한대사 부인들은 각국 요리비법을 담은 요리책인 '대사와 함께 저녁을(Dinner with
Ambassadors)'을 펴내기도 했다.

당시 그들은 자신만의 비장의 요리를 공개해 얻은 수익금을 장애아동들에게 기 부했다.

요리를 통해 외교도 하고 선행도 한 셈이다.

이번주에만 두 건의 디너파티를 지휘한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부인. 그는 "연 말연초에 몰려 있는 디너
파티를 치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면서 "그러나 새 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데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자랑하는 비장의 요리는 '가지 넣은 고기 파이(Meat pie with eggplants) '. 이 요리는 지중해식
요리라서 인근 중동 국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안성 맞춤이다.

특히 이스라엘 요리는 한국 음식과 유사점이 있다.

카스피 대사부인은 "이스라 엘 음식은 프랑스 요리처럼 코스로 나오는 게 아니라 한국처럼 한상 차림으
로 나온다"며 "이 고기파이는 그 중에 메인 요리로 내놓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뜨는 국가인 인도는 외교사절에게 어떤 음식을 내놓을까. 단연 한국인뿐 만 아니라 세계인의 음식
이 된 카레류다.

이 가운데 기타 파르타사라티 주한 인도대사 부인이 선보인 요리는 달(Dhal). 카레의 한 종류로 부드럽
게 삶은 콩 에 마살라(향신료)를 가미한 것이다.

이는 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 사람들이 최고 영양식으로 치는 음식 가운데 하나 다.

다양한 콩을 사용하는데 콩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르다.

따라서 '달' 요리 법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외국 손님을 배려해 대사 부인이 주로 내놓는 음식은 치킨 카레. 닭고기와 생선을
기본으로 양파와 토마토, 요구르트 등을 넣고 취향에 맞는 향신료를 첨가해 걸쭉하게 끓인다.

동남아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는 태국이다.

태국은 특히 코코넛유와 향 신료가 들어가 강한 맛이 나는 요리가 많다.

다오위몰 티라베치얀 주한 태국대 사 부인은 보양식 요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국 음식은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통한다는 것이 티라베치얀 대사부인의 설명. 몸에 좋은 것은 물론 소
화도 잘된다.

그 중에서도 티라베치얀 부인이 가장 자 랑하는 별미 식단은 죽순과 카레, 닭이 혼연일체된 '죽순 카레
를 얹은 닭'요리 다.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은 항암 효과와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기능 외에 위장을 보호하는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죽순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적은 데다 신경통에도 효험이 있는 좋은 재료지요." 아프리
카 음식은 한국인에게 낯설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요리라면 얘기는 달라 진다.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공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 유럽 음식문화 영향 을 받은 요리들이 많다.

주디스 스쿠만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부인이 손 님들에게 디저트로 내놓는 음식도 케이프 브랜디
푸딩이다.

이 푸딩은 크기도 크기거니와 풍기는 시나몬향이 코를 향기롭게 자극한다.

스쿠만 부인은 "이 푸딩은 영국식 문화가 느껴지긴 하지만 남아공 가정에서 겨 울철에 매우 즐기는 요
리"라고 강조한다.

맛도 맛이지만 한국 가정에서도 손쉽 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스쿠만 부인은 이어 "남아공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와인 "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남아공 와인 맛이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고 강조한다.

신이 내린 3가지 선물이라는 토마토와 마늘, 올리브유. 이 3가지 재료 없이는 사실상 요리를 만들 수 없
는 국가가 이탈리아다.

독신인 프란체스코 라우지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관저에서 내놓는 음식은 파스 타 알라 노르마(Pasta
alla Norma)란 시칠리아식 요리. 그는 "파스타 알라 노 르마는 생선과 올리브기름 그리고 토마토 소스
에 가지를 넣어 요리한 파스타로 시칠리아의 전형적인 메인 요리"라고 설명한다.

피자와 스파게티의 고향인 이 탈리아는 사실상 서양 요리의 기원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듯이 모든 서 양 음식은 이탈리아로 통했다.

" 대사의 한마디에서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배어나왔다.

[기획취재팀=오화석 차장 / 김민구 기자 / 이향휘 기자 / 조현정 기자 / 김호 영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1.20 17:04 입력

이전글 호스피스 정부 지원정책 아직 갈길멀어
다음글 차례상 조리때부터 "저칼로리" 로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589 우)143-805 / Tel. 02) 456-7850 | Fax. 02) 456-7650 | E-mail. karp@karpkr.org
Copyright(c) 2008 KA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