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경험한 여성이 아이 적게 낳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1-20 오후 5:25:00
첫아이를 낳기 전에 자연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유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보다 평균출생아수가 15%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낙태)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첫애의 정상출
산이 결과적으로 출산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원장 김용문)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동안 전국에서 표본추출한
20~44세 사이의 배우자가 있는 가임여성 가운데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 3114명을 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8일 밝혔다.

◆첫애 정상출산의 중요성 = 보사연은 보건복지포럼 1월호에 실린‘임신소모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과제’에서 첫애를 낳기 전 자연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평균출생아수가 1.77명으로 유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의 평균출생아수(2.04명)보다 15% 정도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인공임신중절(낙태)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는 평균 출생아수가 1.79명으로 이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의 출
생아수 2.04명보다 14% 적었다.
황미나 연구원은 “14~15% 차이는 의미가 있는 수치”라며 “첫애 출산 전에 자연유산이나 인공임신중
절 경험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첫 임신을 정상출산으로 종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 이들에
대한 보호와 임신중절수술 규제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연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전체의 24.2%로 4명 가운데 1명을 차지했다. 자연유산 횟
수에 따른 출산율 변화를 보면 경험이 없는 여성은 2.04명, 1회 1.95명, 2회 1.91명, 3회 이상은 1.79명
으로 자연유산 경험횟수가 많은 집단일수록 평균 현존출생아수가 적었다.
의학적으로 나이 많은 여성이 첫 아이를 가질 경우 자연유산 발생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3회 이상 유
산은 집중적인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함에 따라 습관성 유산은 출산 고위험요인으로 간주된다.
첫애 출산전 사산경험 유무는 평균출생아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험이 있는 경우 2.03명인
데 비해 경험이 없을 때 도리어 2.01명으로 더 낮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전체의 45.1%였다. 1회가 29.4%, 2회는 11.7%, 4회 이상 경험한 여성이
4.0%였다. 평균출생아수는 인공임신중절 경험이 없는 경우가 2.02명, 1회 1.99명, 2회 2.0명, 4회 이상
은 2.1명으로 시술횟수에 따른 평균출생아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인공임신중절 시술 이유는 = 인공임신중절 시술 이유로 ‘자녀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6.9%, 출산연기가 17.6%, 터울조절이 11.4%, 혼전임신이 9.3%로 나타났다.
결국 55.9%가 단순히 원치 않은 임신이란 이유로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받은 셈이다. 이는 사회경제적 부
담을 초래하고 사전예방 가능한 임신소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임신중절은 형법상 금지돼 있으나 ‘모자보건법’상 몇 가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만 허용되고 있
다.
몇 가지 사유는 △여성 또는 배우자가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
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임신할 수 없는 혈족·친족간 임신 △임신 지속이 보건의료
학적 이유로 모체 건강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은 적절한 치료와 사후관리를 못할 경우 자연유산이나 조산이 초래되고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연간 21만건에 이른다. 미
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건은 연간 14만건으로 추정된다. 인공임신중절 이유 가운데 혼전임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5%, 2003년 12.4%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에 따른 골반통증 및 골반염증 등 생식기 질환을
앓게 된다. 또한 각종 만성질환과 이차성 불임의 원인이 되고 있어 저출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자녀 이상 출산 여성 45%는 계획된 출산 종결 = 출산을 완결한 주된 이유를 보면 자녀를 출산하지
않거나 한 자녀만을 낳은 여성의 경우 출산을 당초 계획한 만큼 자녀를 낳아 완결했다는 응답이 13.2%
로, 두 자녀 이상 출산여성(45.2%)에 비해 훨씬 낮았다.
경제적 문제가 44.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경제적 문제는 △낮은 소득이나 불안정한 고용관계 △주택
마련의 어려움 △자녀양육비·교육비 부담 등이다.
양육여건 및 치열한 경쟁사회에서의 자녀 장래걱정 등의 사회적 이유(12.0%), 부부중심 가치관(8.9%),
본인의 높은 연령(10.2%)과 건강문제(6.8%) 등의 순이다.
이 같은 응답 비율은 2자녀 이상 출산 뒤 완결한 여성보다 높았다. 이는 경제적 문제를 중심으로 여성
의 노동여건 및 자녀교육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저출산 문제가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위험 임산부 보호해야 = 인공임신중절과 자연유산 등 임신소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식건강 증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에 실효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우선 원치않는 임신을 줄여 인위적 임신소모를 최소화하고 자연적 임신소모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정책
적 지원과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유·사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임산부가 임신초기에 심벌배지를 달고 공공시설을 안전하고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임신 마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첫 임신 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출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얘기”라
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풍진검사와 기형아검사 외에 현행 모자보건법상 출산 전 여성을 위한 지원정책
은 별로 없다”며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임신마크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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