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6-01-11 01:00]
지난해 12월 호남·제주 등 폭설 피해지역 급식대상 아동들은 추위와 굶주림의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
다. 급식 배달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아동급식지원사업에 대해 “정부 지원이
‘빵’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원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폭설이나 태풍, 홍수 등 재해발
생 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급식지원 실태와 개선 방향을 2회에 걸쳐 점검한다.
지난해 결식아동 부실도시락 파문 이후 끼니당 지원금액이 2500원에서 3000원으로 늘어나는 등 아동급식
지원사업이 대폭 개선됐으나 끼니를 잇지 못하거나 부실한 식사를 하는 결식아동은 여전히 많다. 급식집
행 이원화와 결식아동 배려 부족, 자연재해 무대책 등 급식행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급식지원 실태=전남 장성군에서 고모와 함께 사는 국민기초수급대상자 A(14)양. 10일 무료 배달된 반
찬을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달 반찬이 끊긴 데다 고모까지 몸져 누워 끼니를 걸렀던 지난해 12월21,
22일 무렵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다. 당시 마을 진입로가 50㎝ 넘게 쌓인 눈으로 고립돼 다른 먹을거
리를 사올 수도 없었다. 같은 시기에 나주시에서도 휴교로 점심을 굶은 학생들이 속출했다.
이틀에 한번씩 도시락을 배달받는 전북 장수군 천천면 B(중1)군. 앞서 9일 이틀치를 한꺼번에 받았다.
그러나 도시락은 저녁을 넘기면서 반찬 한점도 남기지 못했다. 다른 식구랑 같이 먹었기 때문이다. 사
실 찬을 남기더라도 이튿날 먹기는 거북하다. 매일 신선한 도시락을 배달받는 도시 친구들이 부러울 뿐
이다.
장계면 장계리의 ‘무진장 재가봉사센터’ 직원들이 장계·천천·계북·계남 4개면의 120명에게 도시락
을 배달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덕택에 김군이 사는 천천면은 그나마 도시락 배달이 잘 되는 ‘급식모범
지역’에 속한다. 장수군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비포장 시골에 눈이 많이 내려 급식도시락 배달에 어려
움이 많다”면서 “농촌 지역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식지원 대상자인 울산 A초등학교 3학년 김영아(가명·10·맨 왼쪽)양 자매가 10일 영아양 친구와 함
께 동네 D김밥집을 찾아 물만두와 우동,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문제점=급식행정은 지난해 상당폭 개선됐다. 지원금액도 소폭이나마 증액됐고, 급식지원 방식도 도시
락에서 ▲일반음식점·사회복지관 이용한 급식 ▲현물 급식 ▲도시락 배달 ▲식품권(상품권) 배부 등 다
양화됐다. 그러나 멍든 동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정부의 급식지원 대상자 수부터 의구심을 낳는다. 교육부가 2005년도 중식지원한 초·중·고생수는 46만
8288명으로 각 지자체가 이번 겨울방학 동안 급식을 지원하는 22만3000명의 배를 넘는다. 급식대상자 선
정기준이 기관마다 상이해 통계에 허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정 사정이 어려워 학교에서 무료
급식을 받은 각급학교 학생 중 상당수가 방학 동안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학기 중 급식은 교육부가, 방학 중 급식은 지자체가 맡는 식으로 이원화된 급식행정의 허점으로 지
목된다. 예산지원부처가 교육부와 행정자치부, 지자체로 나뉜 것도 난맥상을 부추긴다. 이해찬 국무총리
가 지난해 12월14일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결식아동에 대한 긴급실태조사를 지시하는 ‘해프닝’
이 빚어진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급식아동의 자존심과 연관된 정서적인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기 중 학교 무료급식 대상자는 공
개되지 않지만 방학 중 급식지원대상자는 지역주민 추천을 받아 선정되고 지정장소에서 음식을 먹기에
대상자가 그대로 공개된다. 대구시 달서구 C(15·중3)양은 “방학 중에는 동사무소와 사회단체에서 운영
하는 단체급식소나 지정 음식점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밥 얻어먹는 아이’로 놀림을 받기 싫어 굶
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전국 공통으로 끼니당 3000원으로 못박은 급식비용도 문제다. 서울이나 대도시지역의 경우 3000원으로
도시락이나 일반음식점 급식지원이 가능하나 강원도 산간오지나 농어촌 지역에는 배달비용 등이 더 들
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 여건 등에 따라 끼니당 급식비용이 차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폭설과 같이 재해가 발생할 경우 급식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하루빨리 바로잡
을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세환, 울산·광주=유재권·박진주 기자
gre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