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개인적으로 주1일 근무하는 게 희망입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으로 생
각합니다."
올해부터 주3일 근무를 하고 있는 박상환 하나투어 사장(48)의 얘기다. 박 사장은 월, 화요일에는 회사
에서 하루 종일 근무하고 목, 금요일에는 오전만 회사로 출근한다. 그가 선택한 주3일 근무에 맞게 출
근 일정을 짰다.
하나투어는 올해부터 50세가 넘는 임직원은 의무적으로 주4일 근무를 하도록 했다. 하루를 더 쉬는 대
신 연봉의 20%를 삭감한다. 45세 이상이 되면 이같은 근무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이틀 더
쉬고, 연봉의 60%만 받는다. 권희석 부사장은 주4일근무를 하고 있다. 이밖에 2명의 임원이 주4일근무
를 선택했다.
하나투어에는 '사장실'이 없다. 박 사장이 출근하는 날은 'Park's Room'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고, 출근
하지 않는 날은 'Meeting Room'이라는 팻말이 붙는 방이 하나 있을 뿐이다. 사장실이면서 동시에 직원
회의실이다. 박 사장은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들어와서 사용해도 될 정도로 내 방에는 중
요한 것도 비싼 물건도 없다"며 웃었다.
박 사장은 회사에 나오지 않는 날엔 학교에 간다. 그는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야
간대학원이 아니라 정규 박사과정이다. 물론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이다. 박 사장의 학구열에 대해서는
경희대 교수나 학생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박 사장은 경희대와 인근 대학에서 여행과 관
련된 특강도 하고 있다.
공부를 하는 것 이외에 남는 시간은 책을 읽는데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찾지 못했
던 곳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회사에 기여하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도 회사에 있을 때보다는 밖
에 있을 때라는 게 박 사장의 얘기다.
"꼭 회사를 나와야만 일을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을 켜고 회
사 인트라넷을 살피죠.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결재도 합니다. 인터넷을 켜면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볼 수 있어요. 학교에 가서 공부할 때도 인터넷만 연결하면 회사와 바로 연결되죠."
박 사장은 인터넷 서핑을 자주 즐기는 CEO(최고경영자)다. 특히 사내 무기명 게시판인 '열린소리'는 박
사장이 자주 들러 게시물도 올리고 댓글도 덧붙인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메일을 띄운다. 여행업의 특성상 1100여명에 달하는 전직원이 한곳에 모일 수 없기 때문에 월례회의를
메일로 대신하는 것. 영업상황에 대한 얘기도 하고, 새롭게 추진되는 일에 대한 설명도 한다. 격려의 글
을 띄우기도 한다.
그는 "우리 회사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재택근무를 하거나 세계 각국 어느 곳에서든 자기가 원하는 곳에
서 근무하면서 일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가 여행서비스의 특성을 살린 온라인 B2B2C 사업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 사업구조를 미래지향
적으로 전환한 것도 박 사장의 온라인적 사고방식이 바탕이 됐다. 현재 하나투어닷컴(www.hanatour.com)
에는 900개에 육박하는 온라인대리점이 입점해 있다. 어떤 고객이든 하나투어 사이트에 들어와 여행상품
을 클릭하면 수백개 온라인 대리점중 하나로 그 손님이 배정된다.
박 사장은 "현재 온라인 대리점들은 오프라인 대리점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능하다면 집에서 온라
인 대리점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들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가 자신이 거주하는
단지의 하나투어 온라인 대리점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사장은 2010년에 하나투어닷컴을 통한
매출이 전체의 50%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박 사장은 지난달초 '2005 아시아 경영자 상(2005 Asia Business Leaders Awards)'에서 '올해의 혁신경
영자 상(The Innovator of the Year)'을 수상했다. 기업에 창의성을 고취하고 혁신을 도입해 성과를 크
게 올렸다는 평가때문이다. 지난 2002년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CEO들이 뽑은 경영자 상(CEO’s
Choice of the Year)'을 받은 이후 국내에서는 두번째 수상이다.
박 사장에게는 꿈이 있다. 2020년에 하나투어를 세계최대 여행사로 키우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0년에
는 세계 10대 여행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외형이 현재보다 5배가량 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꿈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회사 출근일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기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