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간 "제살 깎아먹기" 출혈경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12-05 오전 9:27:00


과거 지역에 머무르던 대학들의 활동 반경이 전국권으로 넓어질 정도로 유치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기본
적으로 신입생 자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충원 능력이 중시되는 대학의 환경 변화도 관계자들의 조바심
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인=대구와 경북은 전체 대학 입학정원이 9만2000여명인 반면 고3 수험생은 5만8000여명으로 입학자
원이 3만명 넘게 부족하다. 전북지역 수험생은 1만9000여명으로 도내 대학 모집정원에는 1만여명이나 적
다. 수도권 대학들이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지방 순회 설명회까지 나서는 점도 지방대학들의 위기감을
더한다.

내년부터 ‘정보공시제’가 시행되면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재정현황, 발전계획 등과 함께 적나라하
게 공개된다. 사활을 건 유치활동의 또 다른 속사정이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지난 4월 교육관련 정
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교육부가 8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현재 논의 중이어서 내년에 정보공시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구조개혁재정지원사업도 이상 열기에 한 몫을 한다. 교육부는 지원의 선행조건으로 모집인원을 채우
지 못한 대학에 대해 학생 미충원율을 넘어선 정원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설립될 것으로 보이는 고
등교육평가원은 재정지원을 원하는 대학의 학생 충원과 취업, 학문, 사업 등을 총괄 평가해 공개하게 된
다. 대학들은 학생 수에서부터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문제점=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촉발된 신입생 모집 경쟁에는 막대한 돈과 인력이 투입된다. 학생과 교
사, 학부모를 대학으로 초청하기 위해 수십대의 관광버스를 3∼4일에서 길게는 10일 이상 동원하는 대학
이 적지 않다. 관광버스 이용료는 할인을 받아도 하루 20만원이 넘고, 다른 시·도로 이동하면 40만원
을 훌쩍 넘어선다. 점심과 기념품값, 인기가수나 연예인 초청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행사에는 입시관련 부서는 물론 다른 부서 직원과 교수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다른 업무가 차질을
빚거나 학문 연구가 일시 중단되는 문제점도 따른다.

한 대학교수는 4일 “신입생 유치에 교수들이 나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며
“그러나 고3 교사들을 만나 저녁식사나 술자리까지 하며 학생 유치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어 고민스럽
다”고 말했다.

장학금제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남 나주 동신대와 광주대, 광주여대 등은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
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동신대는 1인당 100만원꼴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광주대는 입학금 45만원을 면
제해 준다. 광주여대는 사범·보건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학부와 학과 신입생에게 입학금 50만원을 면제
키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 입장에서 장학금은 많을수록 좋지만 실상은 ‘눈가리고 아
웅’식이 많다”며 “수업료를 전반적으로 낮춰 신입생과 재학생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
다”고 말했다.

◆대책=과도한 유치활동을 삼가는 대학 측의 양식이 일차적으로 요망된다. 이를 위해 ‘반칙’을 금하
는 대학간 협의와 자율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장기적으로 신입생 수가 부족한 현실적 한계
를 극복하기 위해 기금확충, 구조조정 등을 통한 대학 재정기반 건전화도 요구된다.

전교조 전북지부 관계자는 “물건으로 학생의 마음을 유혹하거나 흥미 위주의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하
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교육의 본질을 추스리는 방향으로 신입생 유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원서를 쓰도록 강요해 복수지원과 이중등록 금지 규정을 어기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모집은 서바이벌 게임과도 같아서 적극적 마케팅은 권
장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학이 고교에 돈을 주고 학생을 매수한다는 소문까지 떠돌고 있는데, 도
를 넘는 학생 유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주=박찬준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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