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에르빈 토이펠(66) 전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지사는 지금은 뮌헨대학 철학과 학생이다. 지난 시
절 생업에 종사하느라 접어야 했던 교양·지식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려는 노인들이 대학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강의시간 직전에 헐레벌떡 강의실에 뛰어들어오는 젊은 학생들과 달리 일찌감치 자리를 잡
고 앉아 진지하게 수업준비를 한다. 전직 의사, 변호사 등 주로 전문직 출신인 이들은 대학에서 주로 문
학, 철학, 역사학 등을 공부하며 노년을 즐기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겨울학기에 등록한 청강생은 3만8900여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은퇴한 노
인들이다.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노인학생이 늘자 노인학 강좌를 개설하거나,
청강생에게도 졸업장을 주기도 한다.
노인청강생이 많은 대학은 젊은 학생들이 힘들이지 않고 노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쾰른대 교육학과 하르트무트 마이어볼터스 교수는 “노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대학은 고령화 사회에서 나
이든 고객을 상대하게 될 젊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고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최근 들어 노인 청강생에게도 등록금을 요구하면서 노인 청강생 증
가 추세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헤센주의 대학들은 한 학기에 약 500유로
(70만원)의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인 청강생들은 독일 등록금 없이 약간의 학생회비를 내
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일반 대학생들에게도 등록금을 받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
어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글·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