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딱지, 딱지, 코딱지. 먹으면 안돼요.”
승민이의 취미는 코딱지 후비는 것이다. 승민이는 오늘따라 금괴라도 발견했는지 노래를 부르면서 채굴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지원이도 터널이 꽉 막혀 젖 먹을 때 보채며 힘들어한다. 추워진 날씨에 갑자기
난방을 세게 했더니 딸들의 코가 코딱지로 난리다.
“이런, 빨리 가습기 틀어야겠다.”
아이들의 코딱지는 우리 집 습도계다. 딱딱한 코딱지가 생겼다는 건 집안이 건조하다는 증거다. 적절한
습도는 40∼60%인데 우리 집 실내공기는 이보다 미달이다. 메마른 공기를 지속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코
점막이 마른다. 또 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비염, 인두염 등이 생기기 쉽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콧구멍이 작고 예민한 데다가 분비물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건조해도 코딱지
가 잘 생긴다. 또 어른보다 감기에 자주 걸리기 때문에 코딱지를 달고 산다. 검정 코딱지, 단단한 코딱
지, 피가 섞인 코딱지 등등 종류도 많지만 아무튼 이 코딱지를 최대한 부드럽게 처리를 해야 한다. 딱딱
한 코딱지를 핀셋 등으로 억지로 떼어내면 코 점막에 상처를 입는다. 심한 경우 혈관이 노출되면서 다
시 딱지가 앉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코피를 자주 흘릴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리식염수를 코에 한두 방울 떨어뜨린 다음 면봉이나 코 흡입기로 빼내는 것. 단 코
흡입기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코의 점막이 손상되므로 하루 3회 이하로 쓰도록 한다. 목욕을 시키고 난
뒤에 코딱지를 빼도 쉽게 빠진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내 습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충분히 코딱지 예방이 가능하지만 유난히 코딱지가 많
이 생기는 아이라면 약국에서 비액(엔클비액, 코시우스액)을 사서 떨어뜨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방
에서 사용하는 훈증기나 천식환자가 주로 사용하는 네블라이저를 이용해 코에 습기를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코피가 자주 나거나 코 점막이 헐었으면 면봉으로 테라마이신 안연고나 바세린을 코 점막에 발라 주는
게 좋다 .
건조한 계절, 아이의 피부만 촉촉하게 가꿀 것이 아니라 코 점막도 항상 촉촉하게 해 주자.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