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갱생보호시설들이 출소자의 자활과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출소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업체를 운
영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 등에 따른 판로 확보 어려움으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출소자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적극 지원해야 할 교정 당국마저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외면
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4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담안자활원 입구 쪽에 자리한 (레이저 프린터) 카트리지 재생공
장. 출소자와 가족 170여 명을 보호하며 자활을 돕고 있는 임석근(49) 목사를 따라 102평의 공장 내부
로 들어서자마자 수북이 쌓인 완성품 포장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판로가 없어 쌓여가는 재고품이라는
게 임 목사의 설명.
실제 카트리지 500개 제작이 가능한 이 공장의 1일 생산량은 현재 50개 정도에 불과하다. 죽도록 발품
을 팔아 학교나 병원, 구청 등 70군데 정도 납품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임 목사는 “품질이 우수한데
도 출소자가 생산한 것이라는 편견이 판로 개척에 큰 걸림돌”이라며 “더 큰 문제는 교도소나 보호관찰
소 등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까지 구매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안자활원에 따르면 전국의 교정청과 교도소, 구치소 50곳과 보호관찰소(지소) 35개 등 법무부 산하기
관 110여 곳 중 월 40만원가량의 재생 카트리지를 구매해주는 곳은 현재 대전보호관찰소 등 11곳이 전부
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 6억5160만원 중 법무부 산하 기관 판매액은 2106만원으로 5%도 안 됐다.
매년 법무부 장관 명의로 띄우는 구매협조 요청 공문도 소용이 없는 셈이다. 특히 조달청이 3년 연속 A
등급을 매길 정도로 제품의 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도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임 목사는 “이런 작은 지원에도 인색한 기관들이 ‘범죄자 관리와 교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은 공
허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인천의 미인가 마약치료 재활시설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출소한 마약범
40여 명을 보호하며 자활을 돕고자 지난해 떡 공장 ‘보리 떡 다섯개’를 열었지만 민간이나 교정당국
의 색안경에 눌려 판로를 뚫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공장세(월 250만원)는 계속 밀리고 올 추
석에는 떡값 800만원어치 사기까지 당해 공동체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신용원 대표는 “교정당국이 범죄자들의 출소 후 자립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측면이
있는데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갱생보호의 핵심은 경제적 자립인 만큼 당국은 ‘출소 후 재범금지’만 강조하지 말고 경제
적 자립과 기회 제공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대 송태호(교정보호학) 교수는 “교정당국이 겉으로는 출소자의 자활과 자립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
아도 실제는 다른 경우가 많다”며 “특히 범죄자 스스로 일어서보겠다며 뛰어든 근로의 결실을 관계 기
관이 외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