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중요한것은? "사랑과 돈… 노후 걱정"
'어린이 경제교육' 붐, 온라인 '대박심리' 심어
부모가 돈타령 말고 근면절약 습관 보여줘야 [조선일보 김윤덕, 류정 기자]
“저금통장요? 요즘도 저축하는 사람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원재(가명·서울 구의동)는 이자율이 낮은 은행 적금 대신 한 달에 5만원씩 붓는 적립
식 펀드 둘, 주식 계좌 하나를 갖고 있다.
어린이 펀드가 쏟아져 나오던 지난 봄, 엄마의 권유로 계좌를 텄다.
“이메일로 매주 수익률이 들어오니 경제 공부를 할 수 있죠. 우리 미래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는 잘 아시
잖아요. 일종의 노후대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주부 김유희(37·경기 일산)씨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오늘은 공부하지 말고 갯벌로 놀러가자”는 학
원 선생님 말씀에 “우리 엄마가 (학원에) 낸 돈이 많아 수업을 빼먹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사
실에 깜짝 놀랐다.
조선일보가 서울 강남·북 초등생 2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이냐’는 질문에 7명의 아이가 ‘돈 벌어 부자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1위 ‘사랑’(8명)에 이어 두
번째다. 노후를 걱정해봤냐는 질문에도 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싫어하니
까’ ‘늙어서 돈 없으면 설움 받으니까’ 등이 이유다. 초등학교 2학년 정원(가명·경기 성남)이는
“결혼하면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야지. 노후 대책으로…”라고 말해 부모를 놀라게 했다.
요즘 아이들의 ‘돈 고민’ ‘노후 걱정’은 상상 이상이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IMF 외환
위기가 낳은 부작용”이라며 “경제 문제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
했다. 외환위기로 ‘돈’이 부모세대에 최고의 화두가 되면서 이 시기에 자아가 형성된 아이들까지 그
가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선일보와 맘스쿨(www. momschool.co.kr)이 학부모 1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명
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경제교육을 시켜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린이 경제교육 붐의 신호탄이 된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시리즈는 130만부가 팔렸고, ‘우리 아이 3억 만들기’ 펀드를 14만여 계
좌나 판매한 미래에셋은 매주 1회씩 무료로 어린이 경제교육을 실시하는데, 연일 성황이다. 전경련이 10
월부터 시작한 어린이경제강좌도 일주일 만에 정원이 찼다.
그러나 어린이 경제교육이 금융에 편중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학용 기업가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은 “물물교환, 벼룩시장 등 생산자 체험을 통해 시장 논리, 경쟁의 법칙을 터득하
는 게 우선인데, 현재 유행하는 경제교육은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돈을 불릴 수 있다는 대박
심리부터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가치를 최고로 치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은 비교적 여유 있는 가정의 어린이에
게도 심각하다. 서울 서초동의 4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성원(가명·9)이는 툭하면 “엄마, 우리 집은
못 사니까 내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숙한 아이들은 치솟는 사교육비, 부동산 시장의 소용돌이에서 허덕이는 부모를 보면서 이런 다짐을 한
다. 심층면접에 임한 12세 소녀의 말. “매일 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빠 사는 것도 힘들어 보이고, 우
리들(딸 둘) 학원 한 군데라도 더 보내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엄마도 안 됐어요. 사랑 같은 건 필요 없어
요. 돈만 많이 벌고 싶어요.”
전문가들은 ?자녀 앞에서 부부가 돈 때문에 다투지 말 것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쉽게 사주지 말 것 ?경
제교육은 초등 4학년 무렵부터 생산자 체험 위주로 할 것 ?부모가 먼저 근면 절약하는 습관을 생활 속에
서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김윤덕기자 [ sion.chosun.com] )
(류정기자 [ w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