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이 사춘기에 설렘과 흥분을 가져온다면, 폐경은 중년의 나이에 우울과 고독을 몰고 온다. 대부분 여
성은 폐경을 맞이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폐경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이
들은 화려했던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폐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치료가 따른다면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폐경 증상은= 일반적으로 생리가 12개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폐경기가 가까워지면 난소 기
능이 저하되고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함에 따라 신체 곳곳에서 이상이 나타난다.
폐경 전이나 3∼4년에 걸쳐서 안면 홍조와 전신 발열감 등 혈관 운동성 장애가 나타난다. 폐경기에 가깝
거나 폐경을 경험하면서 얼굴, 머리, 가슴 등의 피부가 갑자기 붉게 변하기도 하고 불쾌한 열감이 온몸
에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대개 폐경 후 2∼4년 사이에 사라지지만 20∼30%의 여성은 8
년 정도 계속되기도 한다.
또 여성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서 우울증, 불안, 신경질 등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기억력도 현
저하게 감퇴한다. 이 외에도 생식 능력의 상실로 ‘이제 여성으로서 끝’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신체
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폐경 후 여성은 폐경 전의 여성에 비해 불
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스트로겐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방광 근육이 민감해져 소변을 자주 보고 싶어진다. 폐경기 여성
이 요실금에 잘 걸리는 이유이다. 폐경 이후 7∼8년 이상 지나면 골다공증 등 만성 후유증을 앓는 경우
도 있다.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새로운 뼈를 생성하는 세포보다 오래된 뼈를 제거하는 세포가 더 활발
하게 작용한다. 골밀도가 저하된 상태로 폐경 후 7∼8년을 보내면 체내의 골 양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뼈의 강도가 수준 이하로 떨어져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쉽게 골절된다.
◆효과적인 치료=폐경기 증상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호르몬 치료 등을 통
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호르몬 치료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은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여성 건강 주도’ 연구 발표에서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하지
만 이 연구는 미국 고령 여성에서 특정한 호르몬 제제를 사용했을 때 발생한 경우여서, 우리나라 실정과
는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의의 진단과 함께 유방암 정기 검사를 받는다면 호르몬 치료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
안면 홍조와 전신 발열감 등 혈관 운동성 장애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호르몬제를 쓸 경우 별다른 부작용
이 없다면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복용해도 좋다. 호르몬제를 중단할 때는 한번에 중단하기보다 여러 주
에 걸쳐 서서히 끊는다.
폐경기 증상이 개선된 후에는 반드시 골밀도 검사를 해 골다공증 위험이 큰 경우 호르몬 치료를 지속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르몬 치료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 의사의 진단에 따
라야 한다.
폐경 증상은 호르몬 치료뿐 아니라 식사나 운동을 통해서도 완화될 수 있다. 폐경기 증상을 겪는 여성
은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두부, 된장 등 콩류 제품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 맵거나 짠 음식은 안면 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흰 설탕은 몸속에서 에
너지로 전환될 때 칼슘과 결합하기 때문에 칼슘 흡수량이 적어지는 폐경기 여성은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
다.
폐경기 여성은 골밀도를 높이는 데 좋은 수영, 에어로빅, 등산 등의 유산소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
이 좋다. 유산소운동은 골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여성 호르몬 감소로 위험성이 증가하는 고혈압, 혈
중 고콜레스테롤이나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