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모씨(57 여·주부)는 어느날 갑자기 오른손 둘째,셋째 손가락 끝 마디가 저리고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
는 동작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배씨는 손가락을 펼 수가 없는 것이 혹시 중풍과 같은 뇌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마비 증세가 아닐
까 불안해 병원을 찾게 됐다.

배씨의 손가락 문제는 검사결과 다행히 손가락 근육의 힘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건초염의 일종인
‘방아쇠 수지’란 진단.

손가락 관절 부위에 존재하는 활차(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손가락 힘줄이 활처럼 튀어 나오는 현상
을 막아주는 섬유형 터널)의 입구 근육의 수축작용에 따라 움직여야 할 힘줄이 염증 등에 의해 제 역할
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병. 속칭 방아쇠 수지란 병명이 붙은 것은 이러한 힘줄기능장애로 손가락을 구
부리거나 펼 때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의 느낌처럼 힘들어지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균관의대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가 마음 먹은대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은 신경 자극에 의해 팔 근육이 수축하게 되면 손가락 힘줄이 따라 움직이고,그로 인해 힘줄에 연결된
뼈가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방아쇠 수지에 걸리게 되면 이같은 움직임에 장애가 생겨 손가락
을 제대로 구부리거나 펴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아쇠 수지는 우선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통증을 일으키며 손가락이 펴질 때 딸각거리는 소리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아픈 손가락의 아래쪽 부분을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그 부위가 부풀어
올라 혹 같은 것이 만져질 때도 있다. 드물지만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의학계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작업으로 인해 생긴 손
가락 근육부위의 힘줄손상과 염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45세 이상의 성인에게 주로 발병하며,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특히 운전대나 손잡이가 달린 기구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부엌
칼을 가지고 오랜 기간 일하는 주방장이나 주부,골프나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호미나 망치와 같은 도
구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

또 류머티즘성 관절염같은 질환을 갖고 있을 경우엔 여러 손가락에 다발성으로 발생하기도 하므로 이에
대한 감별진단도 중요하다고 이교수는 지적했다.

치료는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동작들을 삼가도록 하고 간단한 손가락 관절 고정 장치를 이용하여 관절
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1∼2주 동안 소염제를 투여하며 초음파 등을 비롯한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같은
보존치료에도 불구,증상이 계속될 때는 스테로이드계통의 부신피질 호르몬을 1∼2회 환부에 직접 주사하
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재발이 잦을 경우엔 활차를 약간 절개하여 힘줄이 움직이는 통로를 넓혀
주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이상 증상을 가볍게 여겨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면 치료기간도 늘어나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므로 가급적 발병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기수 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