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제 대학을 나와 40대 초반에 연봉 4천만~5천만원을 벌며 가족들과 함께 20평형대 이상 아파트에 거
주.’ 국내 사회학자들이 정의한 기준에 따른 우리 사회의 가장 평균적인 중산층의 모습이다. 그러나 중
산층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생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봉, 직업 등
과 함께 학력, 생활양식, 문화생활 등 ‘무형의 자산’이 어우러져 중산층이라는 계층을 만들어내는 것
이다.
#필요한 소득통계청의 가계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4인가족 기준)의 월평균 소득은 3백11만원(세
전)이다. 중산층 가구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연간 3천7백만원 가량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 기
준을 충족시키는 직업군은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6천만원), ‘전문직 종사자’(5천4백만원), ‘기
술공 및 준전문가’(4천6백만원), ‘사무직 종사자’(4천2백만원) 등이다. 학력별로는 전문대졸(3천7백
만원), 대졸(4천7백만원), 대학원졸(6천1백만원) 등이 해당된다.
가족수로는 2인가족이 2천9백만원, 3인가족 3천5백만원, 4인가족 4천1백만원, 5인가족 4천3백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야 중산층에 걸맞은 생활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분류됐다.
#필수조건은 내집마련4년제 대학을 나온 최모씨(34)는 외국계 기업에서 연봉 4천5백만원을 받고 있지만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
각하지 않는다. 최씨는 “중산층이 되려면 집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세기간이 끝나면 이사
를 가지 않아도 되고, 주택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거나 대출받을 필요도 없어 정상적인 소비를 할 수 있
기 때문이다. 최씨가 보유하고 싶어하는 주택은 서울이나 경기 분당·평촌에 있는 시세 1억5천만~2억원
의 20평형대 아파트다.
200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36.4%가 20평형대,
39.5%가 30평형대 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문화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은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띠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1987년 ‘6·10 민주
화운동’ 대열에 동참했던 ‘넥타이 부대’에서 보듯 진보적 개혁층을 대변하기도 할 만큼 이념적 스펙
트럼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같은 이념적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은 소비문화를 통해 다른 계층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도 한다. 1960년대 초반 서울 고급 주택지역의 품목별 보유비율로 볼 때 상류층 품목은 냉장고(17%), 피
아노(11%), 승용차(7%) 등으로, 중산층 품목은 카메라(46%), 전축(40%), TV(31%), 전화(39%) 등이었다.
80년대 전 계층이 컬러 TV를 갖게 되면서 승용차(87년 도시 중산층의 40% 보유)가 중산층과 비중산층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됐다. 2000년 이후에는 비중산층도 50% 가까이 승용차를 보유하면서 휴대전화, 컴
퓨터, 초고속인터넷 등 정보화 정도가 중산층을 가르는 새 척도로 떠올랐다.
#맞벌이 중산층의 증가와 교육여성의 사회진출이 주로 재래시장, 음식업, 봉제공장 등 주변부 일자리에 머물러있던 60~70년대 맞벌이
는 도시 서민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맞벌이는 중산층을 구분짓는 또따른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당 취업인원은 65년 1.1명, 75년 1.35명에서 지난해에
는 1.56명으로 늘어나면서 맞벌이 증가 추세를 반영했다. 특히 소득계층별로는 하위 20% 계층의 배우자
소득 의존도가 85년 2.7%에서 지난해 5.8%로 소폭 높아졌으나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0~60% 계층의 배
우자 소득 의존도는 4.6%에서 11.6%로 크게 높아졌다.
또 상류층에 비해 자녀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적은 중산층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
육투자에 열성이다. 지난해 하위 20% 소득계층이 전체 소비지출의 4.1%를 교육비에 사용했다. 중간 소득
계층은 11.8%를 교육비에 쓴 것으로 나타나 상위 20% 계층(소비지출의 12.3%)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시대적 변천시대가 바뀌면 소비문화뿐 아니라 중산층을 구분짓는 사회·경제적 ‘기호’에도 변화가 오게 마련이
다. 60년대만 해도 중산층은 초등학교졸, 중졸 이상의 소자본가를 의미하는 개념이었으나 70년대 고도성
장기를 거쳐 80년대부터는 대졸 이상의 화이트칼라가 중산층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는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 퇴직)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비정규
직, 상용직이 중산층을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주5일 근무제 확대시행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여가와 건강, 다이어트가 중산층 문화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