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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깊숙이 처박혀 있던 옷과 서랍 속에 버려져 있는 선글라스, 먼지가 쌓인 채 신발장 안에 놓여 있 는 갈색 구두…. 쓰기는 싫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생명’을 얻는 중고 벼룩시장이 성업 중이다. 어려운 살림살이와 재활용 문화의 확산으로 벼룩시장에 사람들이 몰 려들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변형된 형태의 벼룩시장도 있다. 서 울 시내의 벼룩시장 두 곳을 찾아 그 왁자지껄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서울 중구 황학동의 벼룩시장은 동대문운동장(축구장) 안으로 옮겨 왔다. 서울 청계천 복원 공사로 갈 곳이 없어진 상인들이 지난해 초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
운동장 입구에 들어서니 트랙에는 끝도 없는 시장통이 펼쳐졌다. 모자·신발부터 죽부인·피아노·무좀 약·파리채까지 망라됐다. 10년째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용식씨는 “내 좌판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나 도 잘 모를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며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간다”고 말했다. 장씨가 팔고 있는 물건 중 값이 가장 싼 것은 1000원짜리 LP판, 가장 비싼 것은 20만원짜리 가스난로였다.
빈 몸으로 황학동 벼룩시장에 들어가서 10만원이면 정장차림으로 나올 수 있다. 양복이 3만~4만원, 구 두 2만~3만원, 와이셔츠 3000~5000원, 5000~1만원 하는 선글라스와 시계까지. 백화점에서 2500만원 하 던 모피코트가 이곳에서는 500만원이다.
시장에는 1940년대 선풍기, 50년 넘은 다이얼 전화기와 유성기 등 시간의 때가 묻어있는 물건들로 빼곡 하다. 시장을 찾은 김진식(56)씨는 60년대 신중현 1집 ‘빗속의 연인’과 70년대 김추자 LP판을 발견하 고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낡은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품을 팔면 말이 중고품이지 몇 번 쓰지 않아 먼지만 털어내면 거의 신 제품 같은 카메라·TV·시계·수입품을 찾을 수 있다. 김지은(27·회사원)씨는 3년 된 CD플레이어를 소 비자가격보다 20만원 이상 싼 4만원에 구입했다. 동대문 벼룩시장은 휴일이 없으며,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열린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정문 앞 놀이터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희망시장’이 생긴다. 일반인과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벼룩시장이다. 2002년 5월 12일 처음으 로 문을 연 이래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 25일 놀이터 바닥에 걸터앉은 70여명의 ‘작가’들이 각종 수공예품과 미술품, 서적 등을 들고 나와 좌판을 벌이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다 호기심에 들른 사 람, 일부러 이곳을 찾은 사람 등이 뒤섞이면서 좁은 놀이터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학 수시모집 때문에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이지은(19)양은 어머니와 함께 홍대 부근을 구경하다가 이곳 에 들렀다. 어머니 정순희(45)씨가 브로치 하나를 사자 좌판 주인은 “시험보느라 고생 많았다”며 이양 에게 휴대폰 줄을 선물로 줬다.
그림·조각 등 예술작품을 비롯, 구슬로 만든 수제 액세서리나 문구류, 화려한 염료로 물들인 티셔츠, 찔레꽃이 그려진 접시 등 각양각색의 물건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희망시장 사람들은 “만지지 마세 요”가 아니라 “써보세요, 쓰고 사진만 찍고 가도 돼요”라고 말한다.
대나무 소재의 3000원짜리 다이어리부터 28만원 하는 비즈공예 목걸이까지 한 바퀴를 돌다보면 2~3시간 이 훌쩍 지나간다. 희망시장은 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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