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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수요 주먹밥 콘서트' 1주년…뜨거운 주먹밥의 힘 음악가 67팀 무료출연 자원봉사자들 밥짓고 관객은 밥먹고 돈내고 총 9천여명이 3600만원 직장인 넥타이부대 단골 "이렇게 오래갈줄 몰라"
[조선일보 안준호 기자]
‘주먹콘’. 서울 중구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공회 대성당이 매주 수요일 낮에 여는 ‘주먹밥 콘서트’ 의 약어다.
그 주먹콘이 21일 1주년을 맞았다. 누구도 기대하기 힘들었던 1주년이었다. 공연(公演)의 요소들이 모 두 턱없이 부족한 콘서트이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은 무료로 출연하고, 공연장은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성 공회 앞마당이고, 주먹밥은 자원봉사자들이 만들고, 관람객은 공짜로 주먹밥을 먹되 성금은 마음 내키 는 대로 내고….
주먹콘을 주관해온 성공회 푸드뱅크 대표 김재열 신부는 “막상 시작은 했지만 이렇게 공연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 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날까지 45회의 공연에 전인권, 안치환, 이상은 등 총 67팀이 무대에 섰다. 날씨가 더웠던 지난 8월 한 달 휴가를 겸해서 쉬었을 뿐 성공회 무대는 빈 적이 없었다. 공연자들은 대부분 ‘인디밴드’ 등 아 직 유명세를 타지 못하는 신인들이다. 푸드뱅크 본부장인 김한승 신부는 “대학가 클럽에서 자유분방하 게 공연하던 인디밴드들이 처음엔 성당에서 공연한다니까 점잖은 곡을 준비해왔다가도 직장인들의 열광 적인 반응에 다시 신나게 소리지르며 뛸 수 있는 곡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한 사람은 가수 소히(27)씨와 인디밴드 ‘스트로베리TV쑈’. ‘스트로베리TV쑈’의 기타리 스트 진마(22)씨는 “인디밴드들도 어렵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히씨는 “우리 사회는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며 “작지만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먹콘은 관람객들이 성의껏 낸 성금으로 결식 이웃을 돕는 행사다. 캐치프레이즈는 ‘나눔이 있어 행복 한 점심’이다. 현재까지 총모금액은 3600만원. 개인 기부자는 9000여명이다. 관람객들은 인근 직장인 ‘넥타이부대’를 비롯해 행인, 아이와 함께 찾는 학부모, 노숙자 등 직업과 연령도 다양하다. 보통 200 여명이 찾는다. 성공회 푸드뱅크 무료급식 차량을 운전하는 안효식(44)씨는 “요즘은 경기가 어려운 탓 인지 성금을 내지 않고 그냥 주먹밥을 달라는 사람도 많은데 매주 오는 한 노숙자가 꼭 동전 몇 개라도 내고 가는 것을 보면 없는 사람들이 더 ‘나눔’을 실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먹밥을 만드는 사람들은 서울 천호동에 사는 고광단(여·52)씨 등 7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매 주 화요일 장을 보고, 우엉을 조리는 등 음식을 준비한다. 수요일에는 아침 7시까지 와서 쌀 20㎏을 씻 고, 고기를 삶고, 야채를 다듬어 빨강, 노랑 등 형형색색의 주먹밥 300여 개를 만든다. 행여 목이라도 멜까 된장국도 빠지지 않는다. 고씨는 “비가 와 실내에서 공연하게 되면 관람객이 반으로 줄어 애써 준 비한 주먹밥이 남아 속상하다”고 했다.
김한승 신부는 “사람들이 대낮에 공연을 한다는 것과 매주 공연을 빠짐없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며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하고 살 만하 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주먹콘의 공연 일정은 10월 말까지 꽉 짜여 있다.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시 작한 ‘주먹밥’과 ‘도심의 콘서트’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힘찬 걸음걸이를 떼고 있는 것이다.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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