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쌓이자 실효없는 정책 남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6-09 오전 10:54:00
감사원은 8일 발표한 ‘노동부 소관 5대 기금 운영 실태’를 통해 노동부가 관리하고 있는 고용보험, 산
재보험, 임금채권보장기금,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직업재활기금이 총체적으로 부실관리되고 있다고 지적
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반성은 커녕 “향후 사업의 합리적, 효율적 추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
회” “감사원의 지적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근로자·회사에 부담만 지운 고용보험기금=감사원은 고용보험기금이 경제 상황과 실업률에 따라 탄력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실업자가 늘어나면 고용보험료를 올리고 실업자가 줄면 그에 따라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1999년 실업자가 182만명에 달해 ‘200만 실업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되자
고용보험료를 67%나 기습 인상했다. 그후 실업자 수가 60만~70만명대로 유지됐지만 보험료는 그대로이
다. 이렇게 더 거둔 돈은 무려 9조1000억원이다.

노동부는 고용보험료가 쌓이자 실업과 관계도 없는 모성(母性) 보호를 한다며 육아휴직비 등을 고용보험
기금에서 빼내 썼다. 그러고도 기금이 계속 쌓이자 이런저런 실효 없는 정책을 펴 낭비하고 있다. 1995
년부터 2002년 사이 수입은 7조7000억원, 집행을 4억1600억원만 했으니 고스란히 근로자와 기업만 노동
부의 ‘무사안일’에 희생된 셈이다.


◆복마전 산재보험기금=올해 72세인 산재환자 A씨는 1994년 최초 요양 후 11개 병원과 6개 근로복지공
단 지사를 옮겨다니며 무려 58회나 요양 승인을 받았다. 10년간 그가 챙긴 요양비는 2억7000여만원. 매
달 178만원의 휴업급여까지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올해 92세인 B씨는 89세 때 진폐환자로 판정된 뒤 휴
업급여로 34개월간 4080만원을 받았다. 또 산재환자 C씨(73)의 휴업급여도 매년 29%씩 인상돼 현재 월
415만원을 받는다.

감사원은 “국내 요양환자 6만여명 가운데 2년 이상 장기 요양자가 1만4194명이나 된다”며 “독일의 경
우 요양기간을 1년6개월로 한정하고 일본도 6개월 이상 장기 요양자를 적정 급여 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것을 노동부가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주기식 임금채권보장기금=임금채권보장기금도 보는 사람이 임자였다. D사의 퇴직 근로자 220명은 정
부를 상대로 “회사가 부도났으니 정부가 대신 임금채권보장기금에서 체불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
해 11억4117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회사 노조위원장은 법원으로부터 18억5480만원을 배당받았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이
이중 지급된 것.

서울강남노동사무소는 E사 퇴직 근로자 84명에게 2억7757만원의 임금을 대신 지급했다. 확인 결과 이들
의 체불임금은 없었다. 회사 대표와 직원들이 ‘정부 돈을 타내자’며 허위 신고한 것이다.

반면 1998년부터 2004년 7월까지 건설현장 일용근로자 2683명은 319억원의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 노
동부가 건설사업장으로부터는 임금채권 부담금을 징수해 놓고도 이들에겐 ‘임금채권보장기금 지급 대상
이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고용보험도 무분별 관리=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 1894명으로부터 14억8380만원의 보험기금을 징수했
다. 하지만 같은 지역을 관할하는 노동부지방사무소는 이보다 많은 25억7024만원의 구직급여를 지급했
다. 회사들이 임금대장을 변조해 보험기금은 적게 내고 구직급여는 많이 타내는 수법에 당한 것이다.

고용보험료 관리는 더 엉망이었다. 노동부 전국 지방노동사무소에는 718만명의 피보험자가 등재돼 있는
데 정작 고용보험료를 징수하는 근로복지공단은 953만명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한 것. 235만명은 보험료
만 내는 ‘바보 가입자’가 되었다. 감사원은 노동부 장관에 대해 ▲적정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규모
를 산출하고 ▲부적정하거나 부실하게 추진되는 고용안정 사업을 재검토하며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방노동사무소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직업재활기금=정부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장
애인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적립액이 크게 늘어 1999년 2590억원에 달하자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대폭
인상했다. 이 때문에 2000년부터 고용장려금 지급액이 부담금 징수액을 초과하면서 528억원의 적자를 기
록하고 있다.

게다가 장해등급 10~14급의 경미한 산재 장해자 1만7443명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고용장려금 484억원을
지급했고, 고용부담금 212억원을 감면해줘 결과적으로 예산이 낭비됐다. 특히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사업
주의 경우 장애인에게 지급한 임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장려금을 받는 경우도 나타나 모순으로 지적됐
다.


(문갑식기자 [ gs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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