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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기유학 붐을 부유층의 일탈 행동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한국 교육시스템의 실패를 보여 주는 심각한 징후인데 한국에서는 이 문 제가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지난달 한국 과학기술부 의뢰로 작성한 ‘떠오르 는 중국시대의 한국 과학기술의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 다. 랜드연구소는 정치 군사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1000여 명 의 전문 연구인력을 거느린 세계적 싱크탱크.
교육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의 실패가 사회문제를 넘어 경제에 직접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 다고 보기 때문이다.
● 교육비 부담이 소비 막는다
교육 문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조기유학 자녀에 대한 송금. 작년 한 해의 유학 송금은 2조4800억 원에 이른다. 1995년 2 259명이던 초중고교 유학생은 1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값 상승의 주범 중 하나도 교육 문제다. 주택산업 연구원 장성수(張成洙) 정책실장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는 사교 육 인프라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 창의적 인재양성에도 실패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중 ‘대학 교육의 사회 요구 부합 정도’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52위로 처졌다. 대 학교육의 경쟁력이 이 정도라는 뜻이다.
사교육 인프라가 서울 강남에 집중됨으로써 대기업과 공기업은 지방으 로 가지 않으려 한다. 지방에 공장이 들어서도 고급 인력은 자녀 교육 때 문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충남 천안 LCD단지에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임직원이 적지 않다.
전남대 경제학부 김영용(金永龍) 교수는 “사교육의 번창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출산 기피 현상까지
실패한 교육은 사회계층을 고착화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조사에 따 르면 1985년 고소득층 1만 명당 자녀가 서울대 사회대에 입학하는 수는 8 .2명으로 일반 가정의 1.3배였으나 최근에는 16.8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자녀의 입시를 돕기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 부담 때문에 여성들은 출산 을 기피하고 경제활동을 포기한다. 한국여성개발원 조사에서 출산을 가로 막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혼 여성들은 ‘자녀 교육비 부담’(28%)을 가 장 많이 꼽았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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