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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병들고 있다. 젊은 날을 모조리 자녀에게 ‘올인’하며 숨가쁘게 살다가 자녀가 성장한 후에 는 경제적, 정신적 파산으로 허탈감에 시달린다. 때로는 극심한 우울증까지 생겨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 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아버지들은 가족과의 만남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는 ‘과잉적 응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3월 서울 방이동에서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던 50대 ‘기러기 아빠’가 집안에서 목을 매 스 스로 목숨을 끊었다. 4년 전 아내와 아들, 딸을 캐나다로 보낸 뒤 ‘기러기 아빠’로 생활해 온 그는 지 병인 고혈압 증세가 악화되고 사업이 기울면서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녀의 푸른 앞날에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건 채 돈버는 기계로 전락한 아버지 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왔다.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청춘을 바쳤건만 가장으로서의 의무에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자녀들이 부모의 둥지를 떠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육신은 주름지고 쇠잔해가는 데 벌어놓은 돈은 자녀교육에 거의 써버렸기에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진다. 아들 하나를 둔 김모씨(50·서울 제기동) 부부는 현재 이혼 직전이다. 아들의 대입을 앞두고 엄청난 과 외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부인이 친정어머니에게 손을 벌려 남편의 감정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재수하는 아이에게 들어간 돈은 5천만원. 결국 친정어머니가 모아둔 여윳돈을 탕진하고 말았지만 아들은 또다시 대학에 떨어졌다. 가족을 등한시한 채 직장만을 위하다 심신을 망치는 직장인들도 많다. 얼마전 국내 대기업의 임원 이모 씨(45)는 병원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이씨는 몇년 전부터 휴일만 되면 잠이 안 오고 머리가 아프고 소화 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이씨처럼 주로 성공한 40, 50대 남성들 사이에서 과도하게 직장 일에 매달린 나머지 가족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과잉적응 증후군이 종종 나타난다”며 “심 할 경우 귀가공포증으로 이어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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