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패션 유통 회사 신규사업팀장인 윤경선(尹敬宣) 부장은 유럽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실질적 인 정보를 구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제품을 취급해 유럽 지역 유명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 윤 부장은 인터넷이나 업계에서 친한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찾았지만 ‘입 맛’에 맞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영대학원 동기를 만나면서 일이 쉽게 풀렸다.
이 동기가 해외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를 소개시켜줘 원하던 정보를 한꺼번에 얻게 된 것은 물론 합작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것.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인맥 관리를 중시하는 직장인이 늘 고 있다. 직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다른 인맥이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인터넷 취업전문업체인 ‘잡링크’가 올해 1월 직장인 1084명을 대상으로 인맥 관리에 대한 설 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한 인맥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66.7%(723명)가 ‘중요하다’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삼성그룹은 임직원에게 가족이나 친척, 친구, 선후배 중 정계, 관계, 재계, 언 론계 등에 있는 사람을 보고하도록 하는 ‘지인(知人)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룹과 직간접 적으로 관련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임직원 인맥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 목적. 일종의 위기관리 프로그램인 셈.
개인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는 평소에 위기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외부 인맥을 챙기는 것이 좋다. 특 히 기업에서 한 부서를 책임지는 부장급 인사는 ‘임원 승진’과 ‘퇴출’이라는 갈림길에 있는 만큼 인 맥 관리가 그 어느 직급보다 중요하다.
경력관리 전문기업 HR코리아 최효진(崔孝鎭) 대표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인맥을 자산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며 “성공의 마지막 순간은 항상 사람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친목과 함께 정보도=현대산업개발 홍보실 송철수(宋澈秀) 부장은 대형 건설업체 홍보부장 모임인 ‘한 홍회’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드시 참석한다. 그 모임에 가면 주택시장 움직임이나 정부 기관의 발주 동향 등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
그는 “지난해 말 회사 경영진이 사외보를 만들라는 지시를 해와 걱정이 많았지만 이미 사외보를 만들 고 있는 다른 회사 홍보부장에게서 각종 기초 자료를 받아 업무를 손쉽게 처리했다”며 “평소에 형성 해 놓은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평소에 쌓아놓은 인맥은 친목 도모 외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뤄진 모임은 업계 동향이나 발주 정보 등 고급 정보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팬택계열 IR팀 김주성부장은…한번이라도 만난 사람 꼭 연락▼
“일 때문에 만난 사람도 업무가 끝난 후 계속 연락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팬택 계열 IR팀 김주성(金周星·40·사진) 부장은 폭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부 장은 “사회는 일종의 ‘그물코’ 같아서 한 번 만난 사람과는 언제 어디서든 또 만나게 된다”며 “서 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대학 졸업 후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했으며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통신 관련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 팬택 계열에 입사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는 늘 상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먼저 받았다.
물론 한 번 몸담았던 직장 사람들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직장을 옮길 때는 꼭 동료들에게 제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됐다’며 격 려해 주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죠.”
그 역시 지인에게 직장을 추천하는 일이 많다.
김 부장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분을 소개해 주려고 하는 편”이라 며 “한 번 만난 사람은 연락처와 인상적인 점을 기록해 두고 틈틈이 휴대전화, e메일로 연락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학계, 정계, 시민사회, 기업 등 가깝게 지내는 각 분야의 전문가도 많다.
그는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과 친분을 쌓으면 그 사람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며 “이분들과 친해지려면 스스로도 그에 맞는 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신문, 잡지 등을 자주 보며 정보를 파악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맥 체크리스트▼
1.네트워크를 이어가면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2.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도움 줄 사람을 안다.
3.내가 속한 업계 정보는 언론 보도보다 항상 먼저 안다.
4.업무상 알게 된 사람과 종종 개인적 친분을 쌓는다.
5.점심식사는 외부 사람과 함께할 때가 많다.
6.업무와 관련없는 분야의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7.실력 향상을 위해 교육을 받거나 세미나에 참석한다.
8.다른 사람의 요청이나 문의에 늘 빨리 답변한다.
9.상대가 내 첫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려한다.
10.의견이 달라도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듣고 내 의견을 제시한다.
11.명함지갑은 가장 최근의 명함으로 정리돼 있다.
12.인맥 관리를 위한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항목별로 ‘매우 그렇다’(5점), ‘그렇다’(4점), ‘보통이다’(3점), ‘아니다’(2점), ‘전혀 아니 다’(1점)로 채점.
▼난 몇점일까▼
▽48점 이상=인맥의 달인.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한 사람 을 만나도 대충 지나치는 법이 없다.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정보가 올 가능성이 높다.
▽35∼47점=인맥 1단. 현재 인맥으로는 특별한 곤란을 겪지 않는다. 동료에 비해 교류하는 사람이 많지 만 자신만이 가진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모임이 여흥 위주였다면 모임을 스터디그룹이나 정보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22∼34점=인맥 초보.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단편적으로만 아는 경우가 많 다. 보다 적극적으로 인맥을 형성하고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목표를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21점 이하=인맹(人盲). 사람들로부터 정보나 중요한 자료를 얻는 일이 거의 없다.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한 무관심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HR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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