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신성식.김정수] "정부의 건강증진 계획에서 당뇨병과 관련된 부분은 사망률을 줄이자는 게 유 일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당뇨병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지난 12일 '2005 한국의 당 뇨병' 심포지엄에서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만성병조사과장은 한국의 당뇨병 관리 현실을 이렇게 요약했 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급증하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003년에 12명당 한 명꼴인 국내 당뇨병 환자가 2030년에는 국민 6.9 명 중에서 한 명꼴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03년에는 40대 중년층과 60대 노인층의 당뇨병 환자 비율이 비슷하지만 2030년이 되면 65~70세 노인 환자의 비중이 커진다. 2004년 말 현재 전체 인구 의 9%가량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18년에는 14%,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심각성에도 정부의 당뇨병 관리 정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국민건강증 진 종합계획(헬스플랜 2010)을 발표하면서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인구 10만명당 22명(2000년 기준) 에서 2010년에는 19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1년 인구 10만 명 당 23.8명에서 2003년에는 25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발생률 자체를 줄이거나 교육을 강화하는 등 치밀한 계획은 없다. 당뇨병 관리를 직접 겨냥한 유일한 정 책은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보건소의 고혈압.당뇨 환자 관리사업이다. 여기에는 예산이 지원되지 않 고 담배 판매를 통해 조성한 건강증진기금 중 12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정부가 관리를 시작한 질병인 암 에 대해서는 올해 1425억원이 지원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당뇨와의 전쟁'을 선포해 체계적으로 예방과 관리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1997년 국가 당뇨예방프로그램(NDEP)을 시행했다. 국가 건강증진 계획 '헬스피 플 2010'에서 28가지의 주요 영역 중 당뇨병을 다섯째 관리대상으로 올려 놓았다. 일본은 '건강일본 21'에서 적정체중 유지.정기검진.정확한 식사 등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당뇨병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드물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 실태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보건사회연구원이 2001년 1만2647명을 대상으로 유병률(특 정 시점에서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것이 고작이었다. 국내 당뇨병 관리 기구는 2003년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생긴 만성병조사과가 유일하다.
대한당뇨병학회 이현철 이사장은 "국립암센터 주관으로 암 환자 등록 실태를 매년 조사하듯 '당뇨병 등 록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기본 통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방이나 조기 발견 쪽으로 정책을 집중해 환자 발생을 억제하고 치료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천의대 박이병(내분비내과) 부교수는 "당뇨병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뒤 정부와 학계.개원 의.제약회사 등 관련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당뇨병 관리 체계와 표준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김정수 기자sssh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