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남자인 당신, 입고 있는 신사복의 브랜드를 알고 있는가. 또 신사복의 가격이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어
떻게 변하는지는 알고 있는가. 새봄, 자신의 옷에 대해 무관심한 남성을 위해 신사복 유통과정을 알아봤
다. 양질의 옷을 경제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은 유통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다.》

▽백화점 기획전을 노려라=신사복은 처음 백화점에 선보인다. 봄 신사복(춘추복)은 이미 2월 중순부터
백화점 매장을 채웠다. 가격대는 70만∼80만 원대가 주류.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는 이때 구매를 한
다. 인기 있는 디자인은 이때 품절이 되기도 한다.

제조업체들은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약 1개월간 판매하다가 잘 팔리지 않는 제품 중 일부를 가격인
하 상품이나 특가 상품으로 백화점 기획전에 내놓는다. 이때 가격은 40∼50% 할인돼 30만∼40만 원대.
일부 고급 브랜드는 30%만 할인한다.

이런 기획전은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에서 거의 매달 열린다. 롯데백화점은 3월 18일부터 1주일간 전
국 점포에서 봄 상품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특가상품 비중이 전체의 50%.

기획전에는 올해 가격인하 상품과 기획전을 위해 만든 기획상품이 함께 나온다. 1년을 넘긴 이월상품(재
고상품)도 나오긴 하지만 비중은 적은 편.

기획상품은 의류업체들이 처음부터 30만∼40만 원짜리로 만든 옷이다. 남색이나 회색 등 유행을 덜 타
는 스타일로 만든 것이 많다. 업체에 따라서는 조금 덜 고급스러운 소재로 유행을 반영해 만든 제품도
내놓는다.

통상 가격인하 상품과 이월상품의 원단이 기획상품보다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상품과 가격인하 상품 구별법=가격표를 보면 된다. 기획전에 나온 제품 중 원래 가격표에 70만 원
으로 쓰여 있는데 30만∼40만 원대로 할인해서 팔면 가격인하 상품이고, 가격표 가격대로 된 것은 기획
상품이다.




가격표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격표 조작은 법 위반이기 때문에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그런 무모한 시도는 잘 하지 않는다.

전국 백화점이 동시에 실시하는 기획전은 통상 2개월 전에 계획이 잡힌다. 점포별로 별도로 실시하는 경
우도 있다. 신문광고나 전단지 등을 보면 행사일정을 알 수 있다.

1, 4, 7, 10월 초순에 시작하는 백화점 정기세일 때는 신사복이 통상 20∼30% 할인 판매된다.


▽유행에 덜 민감하다면 상설할인매장=이월상품은 주로 상설할인매장에서 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린
다. 제일모직이나 LG패션은 전국 곳곳에 상설할인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 제일모직과 LG패션 등
의류업체들이 재고를 대폭 줄이는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월상품 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월상품은 정상 제품으로 만들었다가 남은 제품들로 상설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1년 전 제
품이다. 2년 전 제품은 추가로 할인된 가격에 팔리기도 하지만 물량은 적은 편. 유명 의류제조 업체들
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2년 이상 된 제품은 잘 판매하지 않는다.

LG패션 우경하 대리는 “앞으로 몇 년간 실크 광택 소재를 사용하고 허리선이 들어간 신사복이 유행할
전망”이라며 “이런 제품은 작년부터 나오기 시작했으므로 상설할인매장에 가서도 이런 제품을 고른다
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