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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병기.김현기] "귀국이 아무리 요구하더라도 현재로선 일본의 농수산물 시장을 (전체 품목 중) 50% 이상 열기가 어렵습니다."지난해 11월 1일 일본 도쿄의 외무성 회의실. 이날 열린 한.일 자유무 역협정(FTA) 제6차 협상에서 일본 측 대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은 "FTA를 맺 자면서 시장을 절반만 개방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지만 무 역 장벽을 허물어 모든 교역과 서비스를 관세 없이 자유롭게 교환하자는 한.일 FTA 협상은 차기 협상 날 짜도 잡지 못 한 채 표류하고 있다. 1억7000만명의 거대 지역 경제권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올해 안에 타결을 목표로 출발한 한.일 FT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농수산물 시장 개방 폭에 대한 양국 간의 이견 때문이다. 한국은 시장을 많이 열 자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절반가량만 개방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통상교섭본부 등 관계 당 국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이미 지난해 말 시장을 어느 정도 열 것인지를 담은 잠정 개방계획안을 상호 교환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산품에 대해 전체 관세 대상 품목 중 피혁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99%의 개방을 요 구한 반면 농수산물은 50%만 개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공산품은 거의 모두 열라 고 요구하면서도 농수산물은 '민감한 품목'이니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절반밖에 못 열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양국이 공산품 95%, 농수산물 90%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입장은 FTA를 통해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무역 자유화를 이뤄야 한다 는 양국 정상의 합의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 측은 "협상을 다시 하려면 일본이 '터무니없는' 농수산물 시장 개방 폭을 전향적으로 다 시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왜 교착상태에 빠졌나=한.일 FTA 협상의 시작은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 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체결 협상을 하자고 합의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협상이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갈수록 일본 측이 무성의하고 일관성 없는 협상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은 난항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본은 협상 초기에 한국이 지난해 240억달러를 넘어선 대일 무역적자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 공산품 분야에서 개방 비율을 낮게 제시할 것으로 짐작했다.
이 때문에 "양허안(시장개방 계획안.offer)을 정식으로 교환하기 전에 어느 정도까지 시장을 열 것인지 에 대해 먼저 논의(general thinking) 하자"고 제안해 왔다. 공산품에 대한 한국의 대략적인 시장 개방 폭부터 확답을 듣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잠정안 교환 결과 일본 측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농수산물 시장 개방 계획을 제시했고, 이 에 대해 한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통상교섭본부에 FTA국을 신설하고 20여개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 상에 나서고 있는 한국을 일본이 만만하게 봤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처럼 꼬이자 일본은 태도를 바꿨다. "사전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완전한 형태의 시장 개 방 양허안을 교환하자"고 나왔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측의 개방 의지가 예상보다 강하고 농산물에서 수세에 몰리자 일단 협상을 재개한 뒤 정치적인 타결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 일본의 생각은=일본은 "일단 협상부터 재개하고 여러 문제점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일본 언론들 도 "현재 협상이 중단된 것은 한국 정부가 공산품 수입 개방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일본의 농산 물 개방 수준이 문제라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일본이 멕시코와 타결한 FTA에서도 농수산물의 개방 수준이 46%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부각하고 있다.
특히 일본 농림수산성은 '50% 개방안'이 농촌 지역 국회의원 등으로 이뤄진 자민당 내 이른바 '농림족 (族)'의 사전 재가를 받은 수치이기 때문에 협상도 안 해 보고 이를 수정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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