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박덕영기자] “젊은 것들이 노인을 굶겨 죽이려나봐, 밥때가 되면 몰래 저그들만 쳐 먹 고….”치매중기 판정을 받은 이춘자 할머니(가명·78)는 밥을 주지 않는다며 병원 직원들에게 버럭 화 를 냈다.그러나 이 할머니는 30분전 간병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점심식사를 마쳤다.할머니는 식탐이 강하 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의심하는 전형적인 식탐.폭언 증상을 보이는 치매환자다.
전주시 중화산동 산자락에 자리한 노인 요양원 ‘엠마오 사랑병원’.이곳에는 이 할머니를 포함해 치매 노인 20여명이 살고 있다.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앉아 있는 김민숙(가명·83) 할머니는 지난 밤을 꼬박 새웠다.
누군가 자신의 물건을 가져갈 것이라는 의심에 사로잡혀 날을 새운뒤 아침에 겨우 잠을 청하는 일을 반 복하고 있다.엠마오 사랑병원은 실비를 받고 노인성 질환자와 호스피스 등을 보살피는 곳이다.
그러나 도내 치매환자 대부분에게 이런 일반 요양시설은 ‘그림의 떡’이다.작년 말 현재 도내 치매노 인 추정 환자수는 1만9,016명.증세의 경중에 따라 경증 1만1,448명, 중등중 5,042명, 중증 2,526명 등으 로 분류된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도내 치매환자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하지만 이들 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내 치매치료전문시설은 199개 병상수를 갖고 있는 전주노인복지병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의료복지시설 요양원의 경우 무료노인요양시설이 15개소, 무료노인전문요양시설 10개소, 실비노인요양시 설 5개소, 유료노인요양시설 4개소, 유료노인전문요양시설 등 35개소가 있다.
이들 시설에 수용할수 있는 인원은 1,825명.치매환자의 10%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이다.보건복지부에서 병원 등 시설보호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중증치매노인 2,526명도 수용할 수 없다.또 월 130만원선에 달하 는 일반시설 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들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찬 금액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노인전문병원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해 비용을 절반가량으로 감해주고 있지 만 이를 이용할수 있는 치매환자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결국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자와 경제적 으로 안정된 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산층 가족의 치매환자들은 갈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이 때문에 치매환자가 있는 가정의 경우 경제적으로나 가족들 생활면에서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모씨(45)는 “오래전부터 치매증상을 보인 시어머니에 이어 시아버님마저 치매 판정을 받은뒤로 단란 한 가정의 모습은 찾아 볼수 없게 됐다”면서 “부모님 곁을 한시도 떠날수 없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 으나 남편 사업마저 제대로 안돼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전주노인복지병원 이남구 원장은 “치매가족들은 고급시설을 갖춘 복지병원을 선호하고 있지만 시설의 한계 때문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치매환자와 고통받는 환자 가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절실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