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퍼레이드 공연팀 강유선씨]“거리는 나의 무대” 춤추는 프리마돈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2-23 오전 9:56:00
은빛 서린 가는 눈발이 살며시 어깨에 떨어진다.

주변은 온통 빨강과 흰색, 강렬한 보색의 치장이다. 흥겨운 성탄 축제의 분위기는 곳곳에서 울려 퍼지
는 캐롤송에 점차 고조되어 간다. 입체적으로 내뿜는 주위 환경에 입장객들은 이미 현실속 자아를 망각
한지 오래다.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경쾌한 퍼레이드 공연은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의 마음을 동심으로
몰고 간다. 날개를 단 천사, 아이 손을 맞잡는 요정, 각종 동물을 의인화한 우스꽝스런 캐릭터는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거리 무대의 경계를 단숨에 무너 뜨린다.

입장객의 시선을 붙잡는 이같은 퍼레이드 공연은 치밀한 연출과 빈틈없는 각본, 그리고 관객의 호흡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참여성 강한 작품들. 더욱이 롯데월드 공연팀은 퍼레이드 공연부문에 있어서 두터
운 역사와 빼어난 노하우를 지닌 곳이다. 특히 8년째 이곳 퍼레이드 공연을 지키고 있는 공연팀 강유선
씨는 이곳에선 소문난 ‘큰 언니’로 통한다.

재즈, 에어로빅 강사를 하던 강씨는 지난 96년 롯데월드에 입사해 줄곧 공연팀에 몸담고 있다. 강씨는
“집에 돌아 가던중 어드벤처 호반무대를 우연히 바라본게 이곳에서 일하게된 계기가 됐다”며 “사람앞
에 서는것, 일에 대한 열정 등이 좋아 지금껏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학창 시절부터 춤을 춰
오긴 했어도 춤을 전공하지는 않아 철저한 자기관리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소위 ‘노력파’다.

오랜기간 자리를 지켜온 만큼 강씨 주위도 여러모로 변했다. 월 70∼80만원으로 시작했던 그의 봉급은 3
배 가까이 올랐고, 공연은 5일제로 변했으며, 한국인 일색이던 공연 팀원은 현재 외국인 단원이 절반에
이르고 있다. 주변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춤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확고하다. 강씨는 “힘들
긴해도 무대에 오르면 춤에만 몰입한다”며 “그만큼 뿌듯함을 느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
한다.

강씨의 하루 일과는 남들보다 앞서 11시에 출근, 워밍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충분한 몸풀기는 공연
중 부상을 막는다. 매일 오후 12시30분 서커스 타잔공연, 오후 2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오후 5시30분
타잔 공연, 마지막으로 오후 7시30분에 다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등 하루 4차례, 회당 30분
공연이 쉴새없이 그를 기다린다. 시간에 쫓기며 공연을 하는 만큼 식사는 간단한 군것질로 때우기 일쑤
다. 자연히 ‘군살’이 생길 틈이 없다. 공연없이 쉬는날 중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지낸다. 그녀의 유일
한 즐거움이란다.

지난 2003년 결혼한 강씨의 남편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최영호 무대감독. 롯데월드 공연팀 창립 멤버
였던 최 감독은 방송사와 다른 테마파크에 몸담다 이곳으로 다시 컴백했다. 강씨를 처음 만난건 지난 97
년. 백년 가약을 맺기까지 6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최 감독은 “같은곳에 있다보니 서로가 일에 대해 이
해를 많이 해준다”며 “특히 일을 열심히 하는 점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한다”고 치켜 세운다. 그
는 이자리에서 강씨를 일만하는 ‘악바리’라 불렀다.

거리공연이란 문화가 아직은 우리나라 실정에 낯선게 사실이다. 관객과 무대 사이가 불분명한 경계로 이
뤄진 탓에 양측은 아직도 서투른 공감대가 놓여있다. 때문에 공연도중 발생한 사고도 적지않다. 강씨도
예외는 아니다. 강씨는 “나이트 조명에서 불이 나 손을 댄적도 있고, 비누방울에 미끄러져 넘어진 적
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대를 ‘평가절하’하는 행동에 대해선 가슴아파한다.

그녀는 “공연 도중 아이들이 과자를 던지거나 심지어 평범해 보이는 성인들이 신체접촉을 시도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최 감독은 “공연문화가 어느정도 성숙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춤추는 사람을 딴
따라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고 토로한다. 무르익은 공연 문화를 보기위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씁쓸함으로 남는 대목이다.

강씨가 출연하는 롯데월드 공연팀은 오는 25일까지 ‘매직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펼친다. ‘캐롤 밴
드’ ‘산타 색소폰’ ‘산타 루돌프 거리공연’ 속에서 입장객들은 그윽한 환상을 꿈꾸어 보기 좋은 기
회다. 성탄의 기쁨과 아득한 한 해를 가족과 함께 이곳 거리에서 지켜보자. 강씨가 손짓하는 낭만속 동
심이 기대에 가득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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