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편 골목에 ‘르 쌩떽스’라는 비스트로가 있다. 주방장 프랑크 라마슈(33)가 만드 는 ‘진짜 프랑스 가정식 음식’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월 한번씩 작은 전시회를 열고 있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름을 딴 이 식당은 4년전 주인인 벵자맹 주아노 (36)가 문을 열었고, 프랑크는 1년6개월전에 초빙됐다.
-한국인 입맛 맞는 요리 20選-
최근 두 프랑스 총각이 함께 두가지 일을 벌였다. 하나는 두달전 바로 옆에 ‘라 프란차’라는 프랑스 바비큐 식당을 연 것. 그리고 두번째는 며칠전 ‘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한길사)라는 책을 낸 것이다.
파리 4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주아노가 프랑스 음식 역사와 문화·추억을, 라마슈가 요리법을 설명 한 이 책은 ‘프랑스 문화와 역사를 양념삼아 한국인 입맛에 맞는 프랑스 요리 20가지를 한국 부엌에서 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21일 ‘르 쌩떽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직접 프랑스식 부침개인 ‘크레페’ 만드는 법을 보여주면서 “프랑스에는 새해에 처음 만든 크레페에 돈을 넣어 장롱 위에 올려놓고 복을 비는 풍습이 있다”며 프 랑스 음식문화 이야기를 했다.
“비스트로는 테이블이 10개 정도 되는 작은 동네 식당이에요. 동네 사람들이 주인 이름을 다 알고, 주 인도 동네 사람의 식성을 파악할 정도니 한국의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10년전 군복무 대신 해외파견교사로 한국에 온 보르도 출신의 주아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도에 가고 싶어서 아시아를 지원했는데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은 전쟁과 올림픽의 나라로만 알고 있어서 처음엔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정을 붙이려고 청도 소축제나 부여 백제문화제 같은 지방 축제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면 서 한국에 반했다. 의무기간인 2년을 넘겼을 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 결국에는 눌러앉았다. 그는 식 당일 외에도 문학도답게 황순원의 소설 ‘카인의 후예’를 비롯한 한국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프 랑스판 한국 관광가이드 시리즈를 펴내기도 한 주아노는 현재 주한 프랑스인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다.
열다섯에 요리학교에 입학, 파리의 타이유방이나 크리용호텔 같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11년간 일한 북부 노르망디 총각 라마슈는 프랑스 요리실력을 여행비삼아 유럽과 미국, 타이 등지를 거쳐 한국에 왔다.
그는 “처음엔 잠깐 있다가 또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생각으로 1년 계약을 했지만 한국에 정이 들어 기간 을 연장했다”고 한다. “이번 책도 프랑크의 제안으로 만들게 됐다”는 주아노는 “프랑크는 말도 통하 지 않는 새벽시장에 나가 직접 장을 보고 한약방에서 훈제용 땔감을 사다가 훈제연어를 만들 정도로 요 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프랑크를 칭찬했다.
-역사·문화 곁들인 요리책 내-
책에 소개한 프랑스 음식들은 프랑스인들의 역사와 풍습이 녹아든 맛있는 문화다. 우리 해장국집처럼 프 랑스 술꾼들은 새벽녘 해장하러 재래시장의 양파수프 집에 들른다.
프랑스 엄마들이 감기든 아이에게 먹이는 ‘우유쌀 푸딩’은 우리 엄마들이 끓여주는 따끈한 흰죽을 떠 올리게 한다. 두 총각은 “우리들에게 ‘왜 한국에 사느냐’고 묻는 건 ‘왜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묻 는 것”이라며 “오래도록 한국에 맛있는 프랑스 요리 냄새를 풍기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