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시아 문화예술의 협력과 경쟁>-(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1-09 오전 9:24:00






아시아의 교두보 자처하는 후쿠오카

※편집자 주 = 아시아 국가들이 구미를 향한 짝사랑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 제법 됐다. 먼 곳을 그리워
하기 전에 우선 이웃들과 협력을 다지고 경쟁에서 우위를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지가 생각
보다 오래됐다는 말이다. 문화예술분야도 예외는 아니며,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갈수
록 애용되는 접근법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역내 문화예술의 경쟁과 협력에 매우 둔감하고 무심한 나라가 아마도한국이 아닌가 한다. 대중
문화 쪽에서 형성된 한류열풍에 자극받아 이제 겨우 눈을떴을 뿐 '협력과 경쟁의 상대'로서의 아시아에
대해서는 아직 전반적인 윤곽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부처에는 아시아 문화예술교류의 전략조차 제대로 서 있지 않고, 아시아를주제로 한 행사 하나 찾아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이들보다 국력이 뒤지는 동남아 각국도 문화예술을
통한 우위경쟁에 나서고 있음을 상기할 때 우리 현실은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연합뉴스는 우리 정부와 문화계가 말로만 '동북아의 허브' '21세기는 아시아의세기'를 내세우기에 앞서
다른 국가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어떻게 역내 협력과 경쟁에 동참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가 그 대
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특집기
사를 이달 말까지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후쿠오카=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 후쿠오카(福岡)는 오사카(大阪)와 더불어일본에서 가장 친(親)아시
아적인 도시로 통한다. 일본의 남단 규슈(九州)현 하카타(博多)만에 위치한 인구 137만의 후쿠오카는 지
리적으로는 물론이고 역사적으로도 2천년 전부터 한반도, 중국대륙은 물론 동남아 지역과 교류가 있었
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아시아의 관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후쿠오카시가 국제교류의 최대 파트너를 '아시아'로 공식화한 것은 1987년이었
다. 그해 도시발전 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 후쿠오카시의 캐치프레이즈를 '아시아의 활력'으로 정한 것.

이후 헤이세이(平成) 원년이자 후쿠오카 정도(定都) 100주년인 1989년에 아시아-태평양박람회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아시아의 달(Asian Month), 아시아-태평양 어린이 국제회의, 아시아영화제, 아시아미술박물
관 등 많은 행사와 기관을 출범시켰다.

아-태박람회는 무려 823만 명이 관람해 적자 예상을 뒤집고 15억엔의 흑자를 냈다. 아시아에 대한 일본
내외의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한 시당국은 흑자액 15억엔으로 요카토피아 재단('좋다'는 뜻의 현
지 방언에 '-토피아'를 붙인 말)을 설립해 때마침 신나게 거품을 뿜어대던 호황에 힘입어 각종 행사를
만들어 띄웠다.

1989년 아-태 어린이 국제회의, 90년 아시아의 달과 아시아문화상, 91년에는 아시아영화제를 차례로 만
들면서 후쿠오카는 글자 그대로 '아시아의 도시'가 됐고, 주민들 사이에도 "우리는 아시아의 관문"이라
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96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행사를 유치했고, 95년 아시아-태평양 도시서미트
를 제창해 첫 대회를 열었다(2002년 8월에는 부산에서 이 대회가 열려 11개국 16개 도시가 참가했다).
99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2001년세계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도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아시아 관문 되기' 위한 시당국의 이같은 노력의 배경에는 물론 후쿠오카를 넘어 일본 전체의 아시아
에 대한 인식변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함과 함께 오랜 구미지향 일변도의 의식에서 서서히 벗어나 과거의 자신감을 회복해가
던 시기가 80년대였고, 한국ㆍ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이른바신흥 4개국(NICS)의 급부상과 함께 중국
이 자본주의 경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기도 80년대였던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비로소 자신과 이웃
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후쿠오카시의 정례성 행사 가운데 아시아의 달(Asian Month) 축제는 시정부는물론 기업, 시민단체, 예술
가, 행사전문가들이 혼연일체가 돼 만들어내는 후쿠오카의 대표 행사다. 매년 9월 중 약 1주일간 시청
앞 광장의 가설무대를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의 문화예술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민속ㆍ전통ㆍ대중문화 공
연이 펼쳐지고 대형 포장마차에서는 각국의 음식잔치가 벌어진다. 2003년에는 한국의 광주 음식이 초대
받아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주일 동안 4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이 축제에는 각국 관광청이 저마다부스를 설치하고 일본인
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쓴다. 각국 식음료관계자들도 이 축제에 초청받기 위해 열심히
뛴다. 음식도 당연히 문화교류의 대상인데다, 자국 음식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각국 예술가들은 후쿠오카 축제가 끝나면 다른 지역의 학교나 마을 등을 방문해 공연을 펼침으로써
자국 문화를 알릴 기회를 갖는다. 아시아 문화예술을 접하기 쉽지 않은 오지 등에서는 대환영이다.

지역적으로 동북아ㆍ동남아는 물론 서남아ㆍ중앙아시아까지 망라하는 이 축제에는 약 2억엔(한화 약 20
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 축제를 전후하거나 겹쳐서 열리는 아시아영화제, 아-태 어린이 국제회의
등을 모두 합친 예산규모는 약 9억엔(한화 약 90억원). 한국 지자체들의 요란하고 실속없는 수십억-수백
억원 규모의 지역축제들에 비하면 정말 알짜배기 행사다.

아시아의 달 행사의 효과에 대해 후쿠오카시 경제진흥국의 야마사키 유지(山崎友次) 씨는 "과거에는 일
본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에만 관심을 두었으나 이 행사가 정착되고부터 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커
지고 세계를 보는 눈이 한결 넓어졌다"고 소개하면서 후쿠오카 시내에 아시아 식품이나 물건을 파는 상
점이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아시아의 관문'을 자처하는 시정부와 민간의 조화로운 노력에 힘입어 후쿠오카는 홍콩 '아시아 위크'지
가 선정하는 '아시아 최고도시'(The Best City in Asia)에1997, 1999, 2000년 3회 연속 선정됐으며 일본
내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명성이 높다. (취재지원 한국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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