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못다한 얘기 너른 광장에 풀어놔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1-01 오전 9:25:00
[한겨레] 청소년 넷사랑-2부 사이버 세상의 빛
5. 청소년 인터넷 신문
'바이러스 운영하는 봉인권군 등

청소년 인터넷신문 <바이러스>(1318virus.net) 홈페이지는 학교에서 다 하지 못한 얘기를 하고 싶어 하
는 청소년들로 붐빈다. 자신이 알리고 싶은 학교 안팎의 뉴스는 물론, 뜨거운 교육 현안들에 대한 자신
들의 생각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흔치 않은 사이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기성세대에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직접 영향을 주는 행동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2002년 6월 미선이와 효순이 두 여중생이 미군 탱크에 깔려 숨졌을 때 청소년들이 모여들
었던 사이버 마당이었고, 지난해 서울 용화여고 학생과 교사가 학교와 교육계 비리에 맞설을 때도 그 곁
에서 지켜봤던 청소년들의 ‘말뚝이’였다.

<바이러스>의 토론실은 그래서, 고교등급제 같은 현안을 둘러싸고 청소년들의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펼
쳐지는 광장이기도 하다.

학교 안팎 뉴스
뜨거운 교육현안들
사진 찍고, 기사 쓰고
청소년들이 신문 직접 만들어 소식 빠르게 확산되라고
이름도 '바이러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사이버 기자 가입 문턱 없애

“청소년 언론이라면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바이러스>는 청소년들의 대변인인 셈이죠.” <바이러스>의 운영진인 서울 숭문고 봉인권
(18·3년)군은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만들고 꾸려가는 매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책임감도 무겁
게 느낀다고 했다. ‘청소년 독립신문’임을 내건 <바이러스>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청소년단
체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heemang21.net)을 모태 삼아 2000년 가을 출발했다. 그해 이 단체가
마련한 기자학교를 마친 중·고생들이 주축이 됐다. 큰돈 없이도 인터넷으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바이러스’란 이름도 청소년들의 소식이 바이러스처
럼 빠르게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 청소년 스스로 만들고, 청소년의 인권과 이익을 옹호하
며, 참교육을 지향한다는 점 등을 이념으로 내걸었다.

‘정기자’ 20여명은 매주 기획회의를 열어 기사 거리를 고른 다음 역할을 나눠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
다. 사진도 찍고, 기사 퇴고도 직접 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뛰어 주체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관심을 끌
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엔 오프라인에 타블로이드판 신문 <바이러스>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도움
을 받아 네 차례 펴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인터넷신문에 주력하며, 정기자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누구라도 사이버기자로 동참할 수
있게 문턱을 없앴다. 연 4차례 소식지로는, 또 20여명의 기자만으로는 교육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봉군과 박희영(18·서울 양천여고 3년), 정선혜(16·부천 북여중 3년)양 등 운영진은 본격적인 심층 기
획취재를 시도하겠다며 프로젝트 취재팀을 가동하기도 하고, ‘토론실’과 ‘우리들의 이야기’ 등을 신
설·보강하며 자발적인 청소년 언론 만들기를 시도했다. 용화여고 사태 후속보도는 그런 노력의 대표적
인 예였다. 올해엔 운영진이 고3 또는 중3이 되면서 활동이 줄어든 반면, 일반 회원으로 가입해 사이버
기자로 뛰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었다. 한 건 이상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 100여명이 이른다. 올해 봄부
터는 자신이 찍은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기사를 <한겨레>의 ‘우리끼리 찰칵’이라는 고정물로 연재하고
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차례 운영진과 사이버기자들이 모여, <바이러스>의 활동을 평가하고 방향을 토
론하며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사이트 관리 등은 아직 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
지만 말이다.

봉군은 “사이트 관리 등 전반적인 운영까지도 청소년들이 직접 꾸릴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며
오롯이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바이러스>는 청소년의 요구를 외치는 ‘행동’도 마다지 않는다. 3일로 75번째를 맞는 학생의날엔 설문
조사를 통해 수렴한 학생들의 10대 요구를 기자회견으로 밝힐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꽉 짜인 시간표,
이른 등교시간의 조정 △두발 제한·용의 규정의 완화 등이 꼽혀 이를 배지로 만들어 착용하는 캠페인
을 벌인 바 있다. 올해엔 학내 예배선택권 문제를 제기한 서울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등이 발생해 학생
들의 ‘자유’를 주요 이슈로 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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