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나 떨고있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0-26 오전 9:31:00
[한겨레] “900점 넘을 때까지 계속 시험을 보긴 하겠지만, 내 영어실력과 얼마만큼 상관이 있는지 모르
겠습니다.” 지난 24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능력평가시험인 토익시험을 치르고 나오던 손아무개
(26)씨는 “올해만 6번 시험을 봤지만 여전히 800점대를 맴돌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토익시
험은 사전 유출된 토익 문제지가 서울의 유명 토익학원 등에서 수강생들에게 제공된 사실이 드러난 뒤
처음 치러진 시험이었다.

상당수 토익시험 응시생들은 성적표 위조에 이어 시험지 유출까지 잇따라 확인되자 토익시험의 ‘공신
력’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취업은 물론 대학 입시와 각종 국가 고시에까지 중요한 자격기준으로 요구
되는 토익점수에 대한 강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 채아무개(23)씨는 “취업준비생들은 학점이나 경력 등에서 남들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면 우선 영어 성적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토익이 어학능력을 가늠하는 잣대
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응시자들의 평균점수만 높아지다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불만을 나타냈
다.

‘마의 점수’라는 토익점수 900점을 넘은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반인 박정훈(27·
경희대)씨는 “요즘은 900점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떤 공기업은 합격자 최하 점수가 965점
이라는 소문도 들리는 마당에 마냥 900점 초반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들 점수압박속 "얼마나 도움될지" 의구심


문제지 유출등 불신 커 기업들 자체검증 늘어


실제로 채용전문기업인 코리아리크루트가 이달 초 구직자 1360명을 대상으로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
는 입사지원 제한항목’을 조사한 결과, 437명(32.1%)이 ‘어학점수’를 첫번째로 꼽아 ‘연령’(21.6%)
이나 ‘학력’(18.1%)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지난 20일부터 신입사원 원서접수를 시작한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토익점수를 입
사지원 요건에서 제외했다. 기업은행 인사 담당자는 “지난해까지는 토익점수 800점을 기준으로 내걸었
지만 문제지 유출이나 대리시험 등이 불거지면서 올해부터는 아예 어학점수를 지원요강에서 빼버렸다”
고 설명했다.

리크루트 관계자는 “토익점수를 지원자격으로 요구하는 기업들이 전체 기업의 90%에 이르고 지원자들
의 점수도 기업이 요구하는 기준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면서도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족집게 강
의 등으로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는 토익시험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
지 토익만큼 일반화된 평가기준이 없지만 영어면접 등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어학능력을 자체적으로 검
증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토익시험을 관장하는 국제교류진흥회 관계자는 “토익시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
니라 이를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며 “시험지 유출 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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