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학특강] 불황 이겨내는 연예계 5가지 키워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9-09 오전 9:29:00
방송작가 백현락

[조선일보]

오늘 ‘연예학특강’에서는 영화, 가요, 방송, 공연 등 불황에 대처하는 연예계
각 분야의 변화를 읽는 ‘5가지 키워드’에 대해 강의하고자 한다.

먼저 요즘 화제의 영화들을 보면 한결같이 불량 인생, 꼴찌 인생을 다루고 있다.
지난 주말 3일 동안 전국 관객 22만명을 기록한 ‘돈텔파파’는 비행소녀와
어리버리한 ‘고딩’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 겪게 되는 불량 인생들 이야기이고,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원년, 순수 아마추어 선수 출신으로 15패1승의
대단한 성적을 올린 ‘슈퍼 골찌’ 야구선수에 대한 감동 스토리다.
300만이 넘는 신용불량자나 수백만 백수청년들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다.

지난 주말 관객 순위 2위를 기록한 영화 ‘가족’은 전직 경찰관 아버지와 전과자 딸의 ‘찬란한’ 러브
스토리를 다룬 최루성 멜로인데, 이 영화를 본 청소년들은 다 효자효녀로 변한다고 하니 그 감동의 정도
를 짐작할 수 있다. 끝없는 불경기로 이혼율이 치솟고 결손가정이 양산되는 시대에 ‘가족’은 2등 하라
면 서러운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지난 주말 열렸던 ‘축제, 백 투 더 캠퍼스’와 내일 열리는 ‘추억의 낭만 콘서트’는 모두 중장년을
대상으로 기획된 이벤트인데 이 대형 콘서트가 지난주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나란히 2위와 3위를 기록
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생존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살기 힘들었어도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의 향수에 젖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추억’이 그 세 번째 키워드다.

네 번째는 리메이크, 리바이블로 대변되는 ‘리사이클(재활용)’이다.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이
불황에 괜히 돈 많이 들여 노래 만들지 말고 옛날에 히트쳤던 노래들을 재활용하는 게 현명한 생존법이
다. 특히 ‘돈 먹는 하마’였던 뮤직 비디오도 리사이클되고 있는데, 몇몇 가수들이 새로 내는 음반에
이미 썼던 뮤직비디오 중에서 맞는 것을 골라 다시 쓸 계획이라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키워드는 ‘영웅’이다. 사람들은 막연히 이 어려운 시대를 타개해줄 누군가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방송도 이 때를 놓칠 리 없다. MBC 특별기획 대
하드라마 ‘영웅시대’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두 주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KBS는 12척의 낡은 배로
130여척의 왜적 배를 물리친 ‘불멸의 이순신’을 100부작 대하드라마로 내보내고 있다.

옛날엔 ‘불황이면 여자들의 미니스커트가 더 짧아진다’고 했는데, 요즘 증시에서는 “미니스커트가 짧
아졌을 때 주식이 오른다”는 다른 가설이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이번 불황이 우리 연예계가 새로 도약
하는 발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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