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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위기의 한옥마을 북촌
조선시대 명문거족의 주거지에서 일제와 해방을 겪으면서 근대 한옥마을로 변신한 ‘북촌’이 위기를 맞 고 있다. 한때 다가구주택이 집중적으로 들어섰던 북촌에 외지인들이 몰려들고 서울시가 보존정책을 펴 면서 주거공간의 성격을 잃고 있다. 개발과 보존 사이의 논란을 넘어 어떻게 북촌을 가꿔나갈지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보호차원·별장용으로 외지인들 매입 잇따라 땅값도 덩달아 껑충 박제화된 보존 우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일대 64만5천㎡(약19만5천평)에 형성된 한옥 중심 주거지역 인 북촌 한옥마을이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외지인들이 원주민들의 주거용 한옥을 사들여 보존용 이나 별장용으로 바꿔 쓰면서 북촌 한옥마을의 큰 특징이었던 ‘사람 사는 마을’ 구조가 깨지고 있다.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경우 북촌에서 한옥들이 잘 보존된 곳이지만, 최근 들어 10채가 넘는 한옥들이 외 지인에게 팔렸다. 한 골목에서는 전체 10여채 한옥 가운데 벌써 8채가 외지인에게 팔려 전혀 다른 동네 가 되고 말았다.
이 골목에서 35년째 살아온 김애란(67·가명)씨는 “1∼2년 사이 이웃 한옥들이 계속 외지인들에게 팔렸 다”며 “갈수록 우리 집이 초라해 보이고, 동네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이사를 가려고 한다” 고 말했다.
문제는 외지인들에게 팔린 집들 상당수에 사람이 와서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창숙 가회동 4통장도 “팔린 집이 열이면 여덟아홉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대문이 굳게 닫혀 있고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다”며 “동네에서 사람 사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역시 한옥 50여채가 몰려 있는 가회동 11번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 터줏대감인 유아 무개(58)씨는 “최근 11번지 일대에서도 외지인이 산 뒤 텅 빈 채로 있는 한옥이 서너채 된다”며 “살 지도 않을 집을 왜 자꾸 사들이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2003년 말 현재 북촌에 남아 있는 한옥은 모두 924채, 이 가운데 3분의 1인 300여채가 몰려 있는 가회동 에서만 외지인들이 사들인 한옥은 30여채에 이른다. 대부분의 외지인들은 이들 한옥을 사들여 전면적으 로 수리한 뒤 기껏해야 일년에 몇번 정도 모임 장소로 활용할 뿐이다. 북촌이 주거공간에서 가끔 사람 이 찾아오는 별장 지역과 같은 ‘죽은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이 일대 한옥 20여채를 꾸준히 사들인 ‘한옥을 아끼는 모임’의 관계자는 “주민들이 한옥을 헐고 다세 대주택을 짓는 것을 막기 위해 사들인 것”이라며 “보존 목적으로 사들인 것이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들어가 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모임의 회원은 80여명이며, 앞으로 한옥을 100채 정도 까지 매입할 계획이다.
더욱이 ‘비주거용’ 한옥 수요가 계속 늘면서 평당 1천만원 미만이던 한옥값이 지역에 따라서 최고 1500만원까지 올랐다. 앞으로 일반인들은 북촌 한옥에서 살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로 이를 포기해야 하 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북촌의 한옥마을이 계속 비주거용 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북촌 살리기’ 사업을 벌이는 서울시로서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윤혁경 시 도시정비반장은 “시에서 일부 한옥을 사들여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방안 도 검토중이나, 어차피 한계가 있다”며 “한옥을 매입해 보존하려는 사람들도 ‘죽은 보존’이 아니 라, ‘산 보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시연대 김은희 국장은 “북촌의 가치는 실제로 사람이 사는 한옥마을이라는 점인데, 주거자들이 떠나 고 보존용으로 비워진다면 앞으로 북촌은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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