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통폐합 해일" 밀려 온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9-01 오전 9:15:00
[중앙일보 김남중 기자]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은 양적으론 급성장했지만 '질'은 떨어지
는 국내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대로는 경제운영의 핵심엔진인 우수한 인적자원을 육성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대학
들은 앞으로 군살빼기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대학.전문대는
모두 358개에 이를 정도로 포화 상태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질은 바닥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60개국 가운데 5위지만 대학
교육이 경제적 수요를 충족하는지 묻는 항목에선 최하위인 59위에 머물렀다.

대학들이 '규모의 경제'를 과신한 나머지 너도 나도 백화점식 종합대학만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게 근본
적인 원인이다. 대학별 역할과 특성이 분명치 않고 기능이 중복되는 등 대학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
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정원이 많은 '대입정원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원을 채우
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년제 대학의 미충원율은 전국적으로 11.7%. 전문대도 지방의 경우 28%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처럼 학생 부족으로 고사(枯死) 직전에 처한 대학들조차 입학정원을 줄이는 등의 자구 노력을 게을리
하면서 정부에 손을 내미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교육부는 결국 정원감축과 대학 간 통합.인수합병, 퇴출 등의 고강도 처방으로 허약한 대학체질 바꾸기
에 나선 것이다.

특히 학생과 대학시설의 이상적인 비율, 교육의 질을 고려한다면 명문대도 정원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에 대해 학생.교수.동문.지역사회의 이해가 엇갈리고 일부 반발도 예상돼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학생수 감축에 따른 대학 재정 감소분 보전과 교육여건 개선 등을 위한 예산 확보도 관건이다.

?실상 공개하는 대학=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대학정보 공시제'다. '상태가 좋지 않
은 대학'을 교육 수요자와 기업에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취지
다.

개별 대학의 허실이 낱낱이 공개되면 아주 부실한 일부 대학에는 학생 지원이 사실상 끊길 수도 있다.

김영식 교육부 차관은 "대학정보 공시제가 시행되면 사립대들은 엄청난 위기 의식을 느낄 것"이라며 "스
스로 문을 닫는 경우도 나올 수 있고 상당수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획기적인 교육여건 개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대학교육 수요자에게 다양한 대학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의 하나로 대학 관련 평가
를 강화하고 결과를 공표하기로 했다.

특히 대학원 평가를 실시해 각 대학이 설치하는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학부
만 운영하는 대학 ▶석사과정까지만 운영하는 대학 ▶박사과정 운영 대학 등으로 차별화를 유도할 방침
이다.

◇문닫는 대학 나온다=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대학은 세워만 놓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깨지게 됐
다.

사립대의 경우 대학 간 인수.합병뿐 아니라 망하는 대학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그러나 퇴출
(해산)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대학이 아예 문닫는 경우보다는 다른
대학에 인수될 때 학생.교수.직원 문제를 더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 때 거래 대금에 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 돈 받고 대학을 파는 것을 양성화할 방침
이다.

국.사립대를 막론하고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교직원의 신분은 보장되도록 할 예정이다.

대학이 스스로 해산할 때 설립자.이사장에게 해산 장려금(보상금)을 자산 평가액의 얼마 비율로 해 줄지
도 대학 퇴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종갑 교육부 인적자원관리국장은 "적절한 해산 장려금
을 준다면 문을 닫겠다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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