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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력고사 시절땐 ‘온탕’ 수능체제 들어서 ‘냉탕’ 새 대입으로 전업위기
“말도 마세요. 그때는 돈 버느라 시간이 없어서 친구들도 못 만날 정도였어요.” 16년째 학원에서 생물 을 가르치고 있는 김아무개(50)씨는 ‘잘 나갔던’ 학력고사 시절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력고 사가 시행됐던 1988~1993년까지 그는 서울 강남·강동 지역을 주무대로 학원 두 곳에서 강의를 하고 과 외까지 뛰느라 새벽 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공식적인 월 수입도 700만원이 넘었다 고 한다. 대학입시에 과학 네 과목이 모두 포함돼 있었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94년부터 대입제도가 수능체제로 바뀌면서 김씨의 ‘즐거운 비명’은 ‘괴로운 비명’으로 바뀌 었다. 수능에서 생물 문항수가 대폭 줄어든데다 자연계생이 감소하면서, 생물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 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는 강의를 맡은 학원도 한 곳뿐이고 과외 의뢰도 안 들어온다”며 “강사하다가 청소대행 업체 차린 동료가 있는데 나도 지금부터라도 새 길을 모색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부쩍 늘었 다”고 털어놨다.
26일 교육부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내신과 대학별 고사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하는 2008학년 도 입시안을 내놓자, 다시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입시학원과 학교에서 과학탐구·사회탐구 를 가르치는 선생님(강사)들. 국·영·수나 기타 과목 선생님들과는 달리,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온 탕’과 ‘냉탕’을 넘나들며 가슴 졸였던 그들이지만, 이번 교육부의 발표 이후 더욱 힘이 빠진다.
학원에서 사회·문화를 강의하는 경력 16년차의 최아무개(44)씨는 “드디어 올 게 왔다”고 표현했다. 최씨는 “학원강사는 학생들이 선택해 주지 않으면 바로 ‘실업자’가 되는 운명”이라며 “처음 학원강 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사회과 한 과목당 강사가 2~3명이었는데 지금은 1명도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최씨는 전공 과목인 사회·문화말고도, 정치·윤리 과목도 함께 강의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과만 해 도 선택과목이 11과목이에요. 학생들은 줄죠, 선택과목 중에서도 인기·비인기 과목이 나뉘죠, 자기 전 공과목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요.” 그는 “교육제도가 몇년 안가 계속 바뀌니 이젠 불안해서 ‘강 사질’도 못해 먹겠다”며 “전망있다는 논술 강사를 할 수도 없어, 퇴근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 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원 강사들보단 사정이 좀 나은 서울 ㅈ고 지구과학 교사 박아무개(46)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교육과 정의 ‘영양실조’ 때문에 학생들과 교육 종사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없어 고등학교 교사가 중학교로 전근가고, 전공도 아닌 다른 과목을 속성으 로 배워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학생들이 일부 과목만 편식해 기본소양도 부족하고 선생님들 사기 는 있는대로 다 떨어지고, 이게 우리 교육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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