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숙박업 대출금 못갚자 은행들 비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8-12 오전 9:23:00
[중앙일보 정경민.표재용.나현철 기자] '자장면과 돈가스 2000원, 돼지갈비 3인분이 9900원'.

서울 노원구 상계전철역 주변 먹자골목에 나붙은 음식값들이다. 내수 경기가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자 지
난 5월부터 음식점끼리 할인 경쟁을 벌인 결과다. 이곳의 한 식당 주인 김모씨는 "폭염 때문에 채소류
와 양념 등 재료비가 폭등해 밑지고 있지만 문을 닫지 않으려면 값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울상지었다.

살아남기 위한 저가 경쟁은 숙박업소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랑구에선 지난달 하루 숙박료를 3만원에서 1
만5000원으로 파격 인하한 업소가 등장하면서 숙박료를 따라 내린 업소가 속출했다. 펜션이나 민박이 우
후죽순으로 들어선 지방에는 개점휴업 중인 숙박업소가 태반이다. 장사가 안 되니 부동산 임대업자도 온
전할 리 없다.

음식업중앙회 최창율 지도국장은 "지난해에만 문 닫은 업소가 1만여개로 2~3년 전의 연 7000개보다 훨
씬 많았다"며 "중앙회 창립 이후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손사래쳤다.

관계기사 4면음식.숙박업과 부동산 임대업이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자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
난 연말부터 모든 은행이 음식.숙박업과 부동산 임대업을 대출 억제 업종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신규 대
출을 끊었다. 그러나 이미 깔려 있는 대출의 부실은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11일 "6월 들어 주춤했던 가계와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7월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
다"며 "하반기 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연체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음식.숙박.부동산 임대업의 부실은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이미 예고됐다.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자
가 급증한 데다 월드컵을 앞두고 음식.숙박업 창업 붐이 일었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 경쟁에 나서 거품을 키웠다.

그러나 2003년 하반기 이후 내수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음식.숙박.부동산 임대업의 연체율이 급등했
다. 1%에도 못 미치던 연체율이 최근에는 3% 안팎으로 치솟았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위원은 "2002년 당시 낙관적인 경기 전망 속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음식.숙박.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 거품이 생겼다"며 "카드와 가계 대출의 부실에 이어 은행이 또 한차
례 부실 정리의 부담을 떠안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당분간 내수 경기가 본격적으
로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은행들은 상반기에 올린 사상 최대의 흑자를 앞으로 예상되는 부실 정리를 위
해 비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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