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감세를 해야할지 재정을 늘려야할지 등 경제해법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모처럼의
정책논란이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이 경기부양을 위해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내년 예산을 짜야 한다는 입장
을 밝혔다.

현재 기획예산처가 내년 예산시안을 짜고 있는데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나라 빚이 늘더라도 정
부지출을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경제상황과 경기회복 지연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은 재정을 적극 확대하는 방향으로 짜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장은 또 "적극적인 재정 편성으로 재정 적자폭은 다소 늘겠지만 연구개발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는데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면 세수 증가 효과를 유발시켜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것
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여권이 이렇게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은 비관주의 일변도로 경제를 보면 미래가 없다면서 경제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적극 돈 써야, 경제 비관론은 경계

반면 한나라당은 재정을 확대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감세정책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다.

지금까지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펴왔지만 효과가 없었고 조세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여력이 줄어든 만큼 근
로소득세 등 일괄적인 감세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박사는 "우리 국민들의 조세와 준조세 부담이 너무 크지 않느냐"며 "소득세를 감
면해 주고 하면 소비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부터 법인세 인하 등 감세 필요성을 주장해왔는데 민간연구소쪽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오
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세부담 너무 커, 일괄적인 감세정책 필요

경제해법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이같이 다른 원인은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이 다르고 감세정책에 대해서
는 정부의 반대입장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여당과 정부는 현재 체감경기는 나쁘지만 구조적인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
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이것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어 국가 세수입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당은 그동안의 재정지출 확대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4조5000억원, 올해 1조8000억원 등 추경예산 편성이 잇따랐지만 효과가 적었다.

그러니 정부와 여당이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을 전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경제해법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굽히기 힘든 이유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달라 해법도 다를 수 밖에

경제진단과 해법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 같자 정부도 적극적인 논리개발에 들어갔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9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놓고 있는 경제전망과 정
책제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7%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내년 경제전망과 감세정책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이를 논리적으
로 반박할 수 있는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부총리는 특히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주문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을 적극적인 재정으로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적자가 7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9% 규모인 여당은 내년에는 10조 정도로
적자규모를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도 적극적 대항논리 개발, 재정지출 확대 시사

경제계는 일단 해법은 다르지만 어떻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
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권의 논쟁이 정쟁의 수준을 벗어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정책 모두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대증요법이어서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
도 나오고 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재정확대나 감세나 경기를 살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
해부터 줄곧 두 정책을 폈지만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경기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경기부양책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됐지만 두 정책 모두 부작용
도 있는 만큼 기업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조성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