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왜 암 완치율 낮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8-02 오전 10:33:00
개인사업을 하는 K씨는 올해 초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거북한 증세가 있어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위암
으로 판정됐다.

"수술로 완치될 확률은 40%, 나중에 재발할 위험은 60%"라는 담당 의사의 말을 들은 K씨는 완치가 보장
되지 않는다면 굳이 수술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때 그의 친척이 약만으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면서 고가의 약 구입을 권했다.

솔깃해진 K씨는 3개월치의 약을 사 복용했으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배가 불러 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병원을 찾아 CT 검사를 한 결과 복수가 생긴 것이 확인됐다.

이때는 이미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는 결국 5개월 만에 죽었다.

'암 걸려서 살아난 사람을 보지 못했어' '치료받느라 고생만 하다 결국은 갈 텐데…' '마지막으로 좋다
는 약이나 먹어보자'….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암을 늦게 발견하는 데다 암에 걸린 뒤에도 민간요
법에 매달리려는 의식이 암 완치율을 낮추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빨리 발견하고 제때, 전문적으로 치료받아야 완치율을 높일 수 있는데도 아직 환자나 그 가족의 의식이
못 따라준다는 것이다.

?비전문가가 진료 그르치기도=최근 한 병원에서 항암제 치료를 받은 뒤 10일 만에 숨진 가정주부 C씨
(59)는 비전문가의 잘못된 처방으로 생명을 잃었다.

C씨에게 고농도의 항암제(MTX)를 쓰면서 반드시 함께 써야 하는 해독제를 빠뜨린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
다.

이 병원엔 항암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종양내과 전문의가 없었다.

위암 진단을 받은 회사원 S씨(40) 역시 암을 전공하지 않은 의사가 위암이 선암인지 악성 림프종인지 구
별하지 못해 돈 내고 부작용을 얻은 경우다.

암 절제 수술을 받은 뒤 S씨는 한달치 환자 부담 약값이 40만원인 고가의 항암제(탁솔)를 주사 맞았으
나 증세가 오히려 악화됐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조직검사를 다시 받은 결과 위에 생긴 악성 림프종으로 판정됐다.

처음에 간 병원이 위암 중 가장 흔한 선암으로 오진하고 이에 효과가 있는 탁솔을 처방한 것이다.

그 뒤 S씨는 악성 림프종에 효과적인 저가의 항암제(아드리아마이신)만으로 증상을 호전시켰다.

경희대병원 종양내과 김시영 교수는 "엉뚱한 항암제를 처방하거나 항암제의 양을 너무 많게 또는 적게
쓰거나, 투여기간이 너무 길거나 짧아도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문가에 맡겨=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경우 암 환자가 입원하면 항암제 치료 10명, 수술 5
명, 방사선 치료 5명, 병리 1명, X선 검사 판독 2명 등 20여명의 전문 의사가 한팀이 돼 환자의 치료계
획을 세운다.

단계별 치료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국한해 한다.

수술 전문의사가 항암제 처방을 내리면 바로 환자 측에게서 고소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병.의원은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한명의 의사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다.

의사 면허증만 있으면 항암제 처방, 수술, 방사선 치료까지 모든 시술을 할 수 있는 우리의 의료법과 관
행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에 의한 조기진단을 강조한다.

암의 완치율은 암이 초기냐 말기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너무 늦게 암을 발견하면 의사가 손을 쓰기가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불안해진 환자와 가족들은 오히려 효과가 불확실한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등 악순환이 일어난
다는 지적이다.

모 대학병원의 한 내과의는 "암이 말기까지 진행된 뒤에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비율이 세계적으로
도 우리나라가 무척 높은 편일 것"이라며 "이 경우 아무리 의료기술이 좋아도 환자를 살려내기가 어렵
다"고 말했다.

또 미국처럼 환자가 의사와 함께 치료계획을 세우는 등 직접 자신의 암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는 "국내 병원에선 가족의 동의 없이는 암 진단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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