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빠져나온 호킹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7-23 오전 11:39:00
흘러나온 정보로 내부성질·과거 이해가능
양자역학에 접근‥천문학엔 영향 없을듯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까.

지난 29년 동안 근위축증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끈질기게 “얻어낼 수 없다”는 이론을 견지
해 오던 스티븐 호킹이 마침내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수정된 이론은 질량·에너지·빛 등 정보가 블랙홀 밖으로 나올 수 있으며, 따라서 블랙홀의 내부 성질
과 과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킹은 지난 1975년 거대 질량이 수축·붕괴해 생긴 ‘무한히 작은 점’인 블랙홀에는 엄청난 중력이 존
재해 모든 것을 빨아들여 파괴되므로 블랙홀에는 아무런 구조도 정보도 없다는 것을 순수한 수학적 계산
을 통해 입증했다. 더욱이 그는 블랙홀 중력의 가장자리(‘사건의 지평선’)에선 이른바 ‘호킹 복사’
라는 에너지 방출이 일어나 블랙홀은 결국 질량을 잃어 소멸한다고 밝혔다. 호킹 복사는 애초 정보가 아
닌 소실된 정보이므로, 결국 과거의 정보는 블랙홀 소멸과 더불어 ‘흔적 없이 존재를 상실한다’는 얘
기다.

이것이 오랜 논쟁의 발단이 됐다. 경쟁자는 현대과학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양자이론 쪽이었다. 호킹
의 이론은 ‘정보는 완전히 소실될 수 없으며, 모든 과정은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지닌다’는 양자역
학의 기본과 모순하기 때문이다.

호킹 박사의 이번 이론 수정은 양자이론 쪽으로 크게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블랙홀 안에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며 파괴되지 않은 정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블랙홀 밖
으로 서서히 나올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이창환 부산대 교수(물리학)는 “호킹의 수정은 블랙홀에서 일어나는 양자 수준의 미시현상을 이해하는
데 양자역학이 더 적합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그는 “호킹의 블랙홀은 우주
공간에서 실제 관측하는 거대 블랙홀과는 다른,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매우 작은 블랙홀을 주로 말하는
것이어서 그의 이론 수정이 천문학의 블랙홀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명 과학저널인 <네이처> 인터넷판은 호킹 박사가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끝까지 옹호하다, 마침
내 뒤집혔다며 “호킹의 과학 하는 스타일은 매우 극적이었다”라는 동료교수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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